[Interview][Z인터뷰] '보통사람' 김상호 "사람한텐 사람 냄새가 나야죠"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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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느 작품에 놓아도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특히 영화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분야. 그래서 어딘가엔 꼭 있을 법한, 우리 주변에서 본 듯한 인물이 작품 속에 배치 된다. 하여 김상호는 실로 매력 있는 영화 배우다.

여러 미사여구를 전할 때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사람 냄새가 나서 참 좋다”라는 말을 건네면서도 나름 각오를 했다. 허나 그 이야기만큼은 감사하게 받아주는 모양새였다. 어쩌면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의 한 지점이었기 때문일 터다.

영화 ‘보통사람’의 추재진 기자로 분한 김상호와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추재진’은 안기부의 공작 비밀을 파헤치는 사명감 넘치는 기자다. 하지만 날카로운 취재력 이면엔 사람 좋은 수더분한 향기도 품고 있다. 그 향기는 실제 김상호와 너무도 닮아있다.

김상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저 가발 써서 놀라셨죠? 아 xx 정말 쓰기 싫었는데”라며 가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사적인 자리에선 구수한 욕설을 무기로 친화력을 돋우기로 유명한 김상호다. 사실 그에게서 풍기는 사람냄새의 배경 중 한 부분이다. 결국 그 냄새 덕분에 김상호의 추재진은 하나가 됐고, 관객의 마음 속에 오롯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놀랐다. 다른 의미가 아니라 너무 어울려서 놀랐다.
‘보통사람’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다. 감독님 말씀이 “이 시대의 이야기인데, 난 형이 먹물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가발을 써보자”라고 했다. 사실 전 싫었다. 대중들이 제가 대머리인 걸 다 안다. 그런데 가발을 쓰는 건 거짓 혹은 가짜처럼 보일 수도 있었고,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거부했는데 이틀 후에 “생각해보자”라고 또 설득했다. 결국 중국에서 가발을 공수해왔다. 진짜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건데, 처음 썼을 땐 너무 낯설었다. 무겁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런데 금새 내 머리처럼 느껴졌다. 나중에 편집기사가 카메라 감독에게 “가발 썼다는 걸 의식 못했다”라고 했다 길래 ‘성공했구나’라고 느꼈다.

나름 외견을 많이 신경 썼다. 고문신에선 노출도 있었다.
운동이야 계속 하고 있다. 사실 수영이나 자전거 같이 유산소 운동을 좋아했다. 지금은 헬스를 한 지 1년쯤 됐는데 한때는 헬스는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방촬영을 하다 보니 수영하고 자전거는 장소 제약이 있어서, 결국 헬스를 시작하고 피티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거 꼭 도를 닦는 기분이다.

평소 애주가로 유명한 사람과 운동, 어울리지 않는다.
술 마시려고 운동한다. 운동을 평생 할 거다. 평생 술 마시려면 어쩔 수 없다. 하하. 집에서 김치 안주 놓고 한 잔 하는 행복을 놓을 수 없다.

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극 중 손현주 씨와 국밥집에서 소주 먹는 신이 너무 좋았다. 정말 영화 끝나고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장면이다.
만약 그렇게 느꼈다면 성공이다. 영화에 먹는 신이 나왔는데, 영화 끝나고 그걸 먹고 싶으면 잘 찍은 거다. 저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배우들도 그런 장면을 찍고 나면 한 잔 씩 하게 된다. 이 작품에선 현주 형님이 계셨으니까, 정말 회식이 많았다.

조달환 씨는 그렇게 살을 빼느라 고생이 많았다던데, 정작 촬영팀은 회식이 많았다?
하하하. 걔 자장면 먹는 신, 진짜 맛있게 찍힌 것 같다. 그게 음식 조절하다가 먹는 거니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실제로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때 모든 스태프가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거의 100그릇 이상 시켰던 것 같다.

결국 회식은 손현주 씨 탓인 건가?
촬영 현장에서 선배들을 보면 와닿는 행동들이 있다. 아우르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손현주 선배는 주연배우라기 보다 큰형의 모습이 강했다. 모든 스태프, 후배 배우들을 잘 챙기는 맏형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손현주 선배에게 기대며 연기했다. 아 그리고, 언론시사회 당시 손현주 선배가 “외모로 볼 때 장혁을 제외하면 모두가 보통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제가 볼 땐 손현주 선배와 장혁 씨가 같은 급, 나머지들이 같은 급이다.

제가 그 때 배우들 표정을 자세히 봤는데 지승현 씨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손사래를 치며)에이 아니다. 지가 무슨. 지승현 씨는 두 분과 매력이 다르다. 희한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하.

조달환 씨야 감량하고, 구타 당하는 장면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고, 정작 추재진은 얻어 맞지는 않지만 심리적인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연기하기 참 힘든 신이다.
고문 당하는 모습 없이 고문 당한 이후의 모습이 나온다. 그 때 그 전에 받았던 모든 아픔들이 나올 필요가 있었다. 사실 추 기자는 무너지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신념을 놓을 수도 있겠으나, 자기의 신념을 부러뜨리고자 하는 이 앞에선 무너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 포기 혹은 타협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싫어하는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 힘듦이 표현됐어야 했다. 그리고 그 대사가 참 좋았다. 간첩 누명을 씌우려고 할 때 “아 조금 세련된 걸로 해주지”하는 대사. 그게 그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트로 표현한 거다.

그럼 추재진이 취재 자료를 성진에게 넘기는 것은 성진을 믿기 때문에 맡겼던 걸까? 아니면 성진을 아끼기 때문에 포기했던 걸까.
전 포기라고 봤다. 내가 고집을 부렸을 때 성진이 받게 될 고통이 있었다. 조카처럼 생각해온 민국이가 다리가 불편한 채 커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과연 무엇을 위한 취재였을까? 라는 회의도 있을 테고, 성진의 원망, 민국에 대한 미안함 등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물론 취재 자료도 추재진에게 있어 새끼 같은 존재다. 매우 무거운 봉투다. 하지만 그걸 내려 놓는 거다.

정의라는 단어가 참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영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 정의로운 기자를 연기했다.
부끄럽다. 사실 영화 속에서 정의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그냥 기자일 뿐이다. 영화를 개봉하면서 인물을 설명하자니 정의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됐다. 사실 현장에서는 '추재진의 행동들이 영화 안에서 이물감이 들면 어떡하나'라는 경계만 있었다.

‘보통사람’의 엔딩에선 ‘결국 지금도 세상은 바뀌지 않은 걸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반대로 ‘어쩌면 조금은 좋아진걸까?’라는 의문도 낳는다. 현 시국에 비춰봐도 우리는 정치적으로 여러 번 실패를 했었다.
몇 번의 실패가 있던 역사다.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기도 했다. 옛날에 우리 세대가 하다만 일을 지금 옛날에 우리가 하다만 일을 지금 해낸 것 같다. 결승점을 통과한? 최소한 결승점이 눈에 보이는 지점에 와있는 것 같다.

기자가 보기에도 상황과 연기들이 진짜 기자 같았다. 경찰서 안에서의 연기도 그렇고, 남산에서 안기부 직원과 이야기하는 것도 그랬다.
감독님이 기자 생활을 하셔서 디테일한 지점까지 많이 알고 계셨다. 경찰서 문 따고 들어가는 것도 ‘이게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내가 다 해본 일이야”라며 디렉션을 줬다. 또 남산의 그 장면은 첫 촬영날이었다. 크랭크인과 함께 찍었던 신인데 감독님도 “진짜 기자 같다”며 아주 만족해 하셨다.

배우 김상호와 이번 영화가 너무 어울렸던 건 김상호라는 배우에게 베어있는 사람냄새 때문인 것 같다.
제가 미아삼거리 살며 연극을 할 때 “사람한텐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는 말을 했다. 아마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제 무의식에도 그 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제 연기에서 사람냄새가 난다면? 그건 제가 편안한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전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극에 잘 녹아나고 관객에게 공감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제 첫 번째 목적이다. 아무리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도 관객이 공감을 못한다? 그럼 아쉬움이 남는 연기인 거다. 제가 연기가 모자를 때가 있더라도 공감을 해주시면,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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