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피고인’ 엄현경 “데뷔 후 10년, 욕심 없어 버텼죠”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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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우연한 기회에 한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돼 오랜 무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은 자칫하면 배우의 이미지를 하나로만 고정시킬 수 있었다. 고민이 많았을 법한 시기에 ‘피고인’을 만나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배우 엄현경의 이야기다.

엄현경은 최근 종영한 SBS ‘피고인’에서 차선호(엄기준 분)의 아내인 나연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연희는 자신의 남편을 죽이고 차선호 행세를 하는 차민호(엄기준 분)를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인물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인물이다.

그간 출연한 작품에서 엄마 연기를 제법 했던 엄현경이었지만, 나연희를 연기한 엄현경의 모습은 또 달랐다. 엄현경은 욕망이 있는 나연희 그 자체의 모습과 여자, 또 엄마로서의 나연희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그 덕에 ‘피고인’ 속 엄현경에게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엄현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드라마가 끝난 뒤 제니스뉴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엄현경을 만났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다음 작품의 원동력으로 쓰면 될 일이었다.

Q.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피고인’이라는 좋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훌륭한 선배님들과 촬영할 수 있어 행운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는 현장이었어요.

Q.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의 드라마 섭외 연락이 와서 더욱 기뻤을 것 같아요.
스릴러, 범죄, 액션, 좀비물을 좋아해요. 그간 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기뻤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기도 했어요. ‘피고인’ 시나리오를 받고 “제가 맡을 역할이 ‘나연희’가 맞냐”고 여러 번 물어봤던 것 같아요.

Q. 기다린 만큼 캐릭터 설정에 더욱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요.
저와 나연희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나연희의 어두움과 성숙함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고민하다 감독님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감독님께서는 나연희의 복수에 초점을 두라고 하시더라고요.

Q. 설정만큼 나연희의 패션에도 신경을 썼겠어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어요. 어둡지만 여성스러운 옷을 주로 입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리본 블라우스를 참 많이 입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Q. 또 엄마 연기를 했는데, 어떻게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는지 궁금해요.
전작보다 캐릭터가 어두웠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지만, 아이를 대하는 건 똑같았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이 앞에선 어느 엄마나 다 똑같을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가 어두워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신이 힘들지 않았냐"고 많이 물어보셨는데, 유일하게 웃었던 순간이 아이와 함께할 때여서 힘들지 않았어요.

Q. 나연희의 복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정 신이 인상적이었어요.
드라마 클라이맥스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고, 저 역시도 마지막에 무너지는 차민호를 보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그동안 나연희가 차민호의 악행에 공조해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지막엔 차민호의 모든 것을 밝히면서 회개하는 느낌이었어요. 후련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요.

Q. 결말 이후 나연희는 어떻게 됐을까요?
해외에 가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살았겠지만 원하는 호의호식은 못 했을 거예요. 나연희가 행복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Q. 나연희가 시어머니인 명금자(예수정 분)에게 "모든 상황이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신 촬영할 때 예수정 선배님께서 “나연희가 이 드라마에서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어머님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일들을 은폐하는 거잖아요. 나연희 딴에는 엄청난 일들을 모두 알게 된 후에 불행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아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요. 그게 나연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요.

Q. 예수정 씨를 비롯한 선배 연기자들과 주로 합을 맞췄는데 현장에서 들었던 조언 있었나요?
저의 파트너였던 엄기준 선배님께서 믿음을 많이 주셨어요. “네가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겁내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지성 선배님은 제 고민을 들으시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따라 하다 보면 네 것이 된다”고 말해주셨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놓치고 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작품 할 때는 이 조언을 잊지 않고 연기하려고요.

Q. ‘해피투게더3’와 ‘피고인’을 만나 대중에게 엄현경이라는 배우를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연기를 10년 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욕심을 버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10여 년 전에 함께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은 다 그만뒀고, 저 혼자만 연기하고 있어요. 욕심을 부리면 저 자신이 너무 괴롭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서 분량 욕심도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배역 욕심도 없고 좋은 캐릭터면 분량 상관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요.

Q. 주로 드라마 작업을 많이 해서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겠어요.
영화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기회가 잘 없었어요. 영화 현장은 드라마 현장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불러만 주시면 무엇이든지 다 할 준비가 됐어요.

Q. 엄현경에게 ‘피고인’은?
고마운 존재예요. ‘해피투게더’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드라마라 감사한 마음이 커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잘 흘러갈 수 있는 연기자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사진=크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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