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해빙' 조진웅 "배우, 아픔을 관음 당하는 직업"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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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이번에도 참 힘들게 찍었나 보다. 언제나 자신을 몰아쳐 가며 연기하는 배우, 그런 연기자가 바로 조진웅이다. 한때는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너무 극한까지 몰아갔던 인생”이라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걸 본 기억도 있다. 조진웅은 그렇게 캐릭터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이해하려 노력하는 배우다.

그 과정이 쉬울 리 없다. 하여 괴롭다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반복하며 결국 희열을 느끼는 조진웅은, 어쩌면 마조히스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중헌 일”이 아니다. 덕분에 관객은 즐겁다. 언제나 기대 이상을 연기해내는 조진웅이기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보러 극장을 찾는다. 관객을 즐겁게 했으니 배우로서의 역량은 다해낸 것, 하여 조진웅은 시쳇말로 '믿고 보는 배우'라 불리는 지도 모른다.

영화 ‘해빙’을 통해 돌아온 조진웅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해빙’은 ‘4인용 식탁’으로 한국형 스릴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수연 감독의 신작 스릴러다. 한강이 녹으며 떠오른 시체로 말미암은 여러 비밀을 그렸다. 조진웅은 이번 영화에서 내시경 전문 내과의 ‘변승훈’을 연기했다. 언제나 그렇듯 입 바른 미담에는 연신 손사래를 치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연기에는 엄격하기 그지 없는 조진웅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해빙’을 마친 소감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협연하면서 일종의 목표이자 이정표를 지정해놨던 부분이 있었다. 우리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어긋날 수 있는 영화였다. 그 이정표를 잡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 지점을 잘 지켜가면서 완주한 것 같아 다행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시나리오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영상으로 봤을 때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었다. 반대로 상상도 못했던 부분들이 영상으로 펼쳐진 장면도 있다.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정말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냈던 시나리오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재미있는 글이었다.

‘변승훈’은 배우 입장에선 꽤나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을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전 참 어려웠던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제 리액션이 계산되지 않는 곳도 보였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리액션이 그려지지 않는 거다. 새로운 설정과 상황이 많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배우로서 신명난 부분인 거다. 작업 자체가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다. 영화 속 승훈의 표현은 굉장히 예민하게 비춰진다. 제가 그렇게 다가갔던 것 같다.

어쩌면 본인과 잘 맞지 않는 캐릭터였던 걸까?
변승훈은 제가 입기엔 너무나도 안 맞았다. 옷 사이즈를 110을 입어야 하는데 80을 입은 느낌? 반대로 어떨 땐 120을 입은 느낌이었다. ‘내가 왜 ‘해빙’을 선택해서 이리 고생하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해빙’을 넘어서, 매번 영화가 그렇다. 첫날 촬영하면서 후회한다. 그러다가 연기하면서 신명을 느끼고, 혼자 즐거워하며 연기를 한다.

사실 매번 치열하게 연기하지 않나. 꼭 일부러 안 맞는 캐릭터를 하는 느낌이다.
맞다. 매번 겪는 과정이고 결국 배역에 저를 맞춰낸다. 지금까지 저와 딱 맞다고 느낀 캐릭터는 없었다. 하지만 그 캐릭터를 제가 안 하면 제 자신에 지는 것 같은 기분에 한다. 연기에 ‘맞게 했다’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완주해내는 거다. 특히 영화는 그 자리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도 없다. 언젠가 제게 맞는, 스스로도 만족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모니터를 안 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일까?
그건 제 연기에 자신감이 없어서다. 전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하는 배우다. 모니터는 연출을 하는 감독이 하는 게 맞다. 선택에 있어서는 감독이 판단하는 게 맞고, 전 감독을 믿으면 그만인 배우다.

이수연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우리 영화는 스릴러다. 장르의 특성상 재단이 정확히 되지 않으면 결말에 귀결되기 힘들다. 특히 우린 ‘승훈’이 가지는 변수가 많았다. 승훈이 판 안에서 놀아나지 않으면 영화 전체에 생동감이 사라졌다. 그 지점을 잘 알고 계셨고 판을 제대로 짜 주셨다.

이번 ‘해빙’은 결국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커다란 중심이 된다.
그 지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설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관객에게 던져졌을 때, 그 파편들을 통해 영화를 유추해간다. 그런데 승훈은 여러 파편을 모두 다른 방향으로 던지는 캐릭터다. 어떤 작품은 정답을 향해 일방적인 직진을 한다면 ‘해빙’은 다르다. 여러 파편을 던져놓고 승훈이 그 사이를 뛰어다닌다.

‘해빙’은 전체적으로 여러 편의 연극을 한 작품에서 보는 재미도 느꼈다. 각 시퀀스들이 한 편의 모노극, 혹은 2인극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부러 연극적인 느낌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수연 감독님은 어떤 신은 콘티 없이 가기도 한다. 컷을 안 하고 가만히 지켜보고 계실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하며 배우들끼리 계산에 없던 연기를 주고 받는데, 그게 참 독특한 체험이었다. 연기를 마쳤는데도 ‘컷’을 안 주시길래 “감독님 컷 하셔야죠”라고 말한 적도 있다.

언제까지 자신을 괴롭히며 연기를 할 건가?
배우는 아픔을 관음 당하는 직업이다. 편하고 쉬운 사람의 인생?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재미도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괴롭고 죽을 것 같아야 영화를 본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제가 편하게 연기하면 그 누구도 좋아해주지 않았다. 정말 죽을 것처럼 연기했을 때 “연기 잘하네”라고 칭찬하신다.

어쩌면 관객들에겐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관음 하는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하하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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