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보이스' 이하나 "바바리코트, 연기에 날개 달아준 신의 한 수"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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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도전에는 늘 여러 가지 생각이 뒤따른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고 무모해야 한다. 도전에 성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배우 이하나에게 OCN ‘보이스’는 도전이었다. 데뷔작인 SBS ‘연애시대’(2006)부터 대표작인 MBC ‘메리대구 공방전’(2007)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의존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던 이하나다. 이하나는 제작진의 확신으로 ‘보이스’에 합류했고 불의의 사고로 절대 청감이 생긴 112 신고센터장인 '강권주'를 맡아 연기했다.

연출진 교체 및 연기자 교체, 잡음이 많았던 현장이었다. 제작진을 믿고 도전했지만 불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잡음은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액땜이었다. 결과적으로 이하나는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났다.

드라마 종영 뒤, 제니스뉴스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하나를 만났다. 전날 인터뷰에서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던 이하나는 보이지 않고 ‘보이스’를 촬영하던 매 순간이 감격스러웠던 이하나만 남아있었다. ‘보이스’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이하나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보이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로 스릴러물의 매력을 알아서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 장르물을 피한 것은 아니고 두어 번 제안을 받았는데 엄두가 안 나 출연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확신을 주셔서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 조언을 많이 얻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Q. 이하나에게 ‘보이스’는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겠다.
일상이 무료할 때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게 로맨스라고 생각했어요. 로맨스는 설렘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면 ‘보이스’는 치열함 때문에 가슴이 뛰는 작품이었어요. 긴박한 현장 속에서 차분함을 유지해야 하는 강권주를 연기할 때의 즐거움도 있었고, 그간 가지고 있었던 색과는 다른 색이 입혀진 느낌도 들었어요.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작품이었어요.

Q. 그간 맡았던 캐릭터와 달라 준비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친한 동료의 조언으로 거울을 빤히 쳐다보며 권주를 만들었어요. 제로 베이스의 강권주를 만들어보라는 이야기에 표정과 말투, 목소리 톤과 움직임을 재정비했더니 저와는 많이 다른 강권주가 탄생하더라고요. 최대한 절제하면서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112 신고 센터에서 함께 촬영했던 조영진(배병곤 역) 선배님께도 연기 할 때 저만의 템포를 유지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 조언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Q. 강권주의 직업이 112 신고 센터장이라 더욱 신경을 쓴 것 같은데?

모든 행동에 완벽해야 했고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없어야 했어요.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가 연기한 것보다는 훨씬 잘 나왔어요. 방송 보면서 편집의 힘에 감탄했죠.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전화를 받고 출동하기까지 10분도 안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드라마는 같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실제 현장보다는 사실적이지 않았어요.

Q. 강권주의 패션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주로 어두운 계열의 옷이랑 터틀넥을 입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항구 추격신에서 입었던 바바리코트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얇은 바바리코트가 펄럭거리니까 그렇게 민첩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제 연기에 날개를 달아줘서 더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평소 장르물을 즐기는 편이었는지?
기가 막힌 반전을 주는 수사물은 좋아하는데 공포 스릴러는 즐겨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보이스’ 시청할 때 혼자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주로 가족들이랑 시청했고 방송 보면서 촬영 에피소드도 무용담처럼 이야기 했어요. 가족들과 즐겁게 시청했었는데 드라마가 끝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Q. 시청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5회에서 심대식(백성현 분)과 무진혁(장혁 분)이 할매집에서 대화를 나눠요. 무진혁이 심대식의 실체를 알고 할매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신인데, 그 신을 보면서 백성현 저 친구야말로 자신의 템포를 유지하면서 강약 조절을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저 신을 저렇게 멋있게 연기할 수 있구나’ 생각했고 대식이가 왜 스파이가 됐는지 이해가 갔어요. 특히 심대식이 무진혁에게 “난 형처럼 강하지 않다”는 대사를 할 때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요.

Q. 현장에서도 공범의 실체에 대해 말이 많았겠다.
스케줄 표를 보는데 혼란스럽더라고요. “누가 남았지?” 할 정도였어요. 심대식의 경우 오히려 너무 초반에 공범 이야기가 나와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대식의 신이 늘기 시작했고 대식의 아버지가 등장하시기에 그때야 확신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장경학(이해영 분) 계장님을 의심했어요.

Q. 그렇다면 강권주로서 희열을 느낀 순간은?
권주가 피해자인 심춘옥(이용녀 분) 할머니를 직접 만나 이야기하던 신이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서의 이용녀 선배님은 눈물이 자연스레 나시는 분이었어요. 현장에서 연기 공부를 하면 안 되는데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이 순간을 잊지 말았다가 다시 한번 연구를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원래 이용녀 선배님은 향기가 나시는 분인데 현장에 오실 땐 심춘옥 할머니에게 날법한 냄새를 지니고 오셨어요. 향기까지 입으시는 분은 처음 봤어요. 이용녀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굉장히 벅찼어요.

Q. 강렬한 이미지의 이용녀 배우, 실제로는 어떤지?

선배님에게서 후배들이 생각나는 풋풋함을 발견했어요. 연기 내공이 대단하신 선배님들은 자신이 연기하고도 으레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선배님은 달랐어요. 제 스타일리스트가 손을 씻고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나 어색하지 않았어?"라고 물어보셨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나가서 선배님 연기가 최고였다고 한껏 표현했어요.

자신의 연기에 대한 불안이나 궁금증이 없으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스타일리스트에게 선배님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아름다운 옷과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Q. 강권주는 불의의 사고로 절대 청감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이하나가 갖고 싶은 능력은?
절대 청감을 얻는 것과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듣게 되면 불편할 테니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요.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음악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해요. 잘 다듬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휴대전화에 녹음하고 끝나는 노래가 아니라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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