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해빙' 이청아 ① "너무 무서워서 담까지 걸렸죠"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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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느덧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는 까만 밤하늘을 빛내는 별이 돼있었다. 지난 2004년 ‘늑대의 유혹’으로 강동원과 조한선의 사이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며 갖은 질투를 받아냈던 이청아였다. ‘라이징 스타’라는 예쁜 별명도 받았지만 ‘벼락 스타’라는 눈총도 받았다. 이른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여러 갈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청아의 발걸음은 다소 더뎠다. 작품을 마다했고 학교에 매진했다. 이름값에 얹어진 인기를 자신의 연기 그릇으로 오롯하게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던 터다. 그리고 다시 초심으로 시나브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이젠 그 누구도 이청아를 ‘벼락 스타’라는 말로 폄하하지 않는다. 그는 진정 노력하고 도전하는 배우다.

이청아는 영화 ‘해빙’을 통해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그간 자신이 쌓아왔던 이미지를 버리고, 자칭 ‘어둠의 세력’에 있는 간호사 ‘미연’을 연기했다.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왔던지라 다소 어색했을 수도 있던 역할. 하지만 이청아는 “정말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수를 받았다.

자신이 내놓았던 과제를 해결한 이청아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영화 속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너무나 해맑은 모습으로 웃고 있던 이청아. 하지만 조곤조곤, 나아가 조목조목 조리있게 자신의 연기관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이젠 어엿한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느끼게 했다.

‘해빙’을 본 소감은?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다. 제가 시나리오 읽었을 때 받은 느낌에 비해 더 강렬하게 나왔다. 선배님들이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풍성하게 연기해주신 것 같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도 참 좋은 글이었는데,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하며 시너지를 얻은 것 같다.

참 섹시한 스릴러였다. 꽤 무섭기도 했고.
전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시나리오만 봤을 땐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는데 영화를 보며 담이 걸렸다. 원래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편이다. 시나리오도 봤고, 제가 촬영해서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무서웠다. 사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보느라 옆 분을 방해하기도 했다.

무섭다 보니 퍼즐 찾는 재미를 놓치기도 했는데, 영화 엔딩에 가사 무릎을 탁 치게 됐다.
그래서 우리 영화는 여러 번 봐야 하는 것 같다.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그 퍼즐이 요소요소 맞춰지는 게 더 잘 보인다. 추리소설도 범인을 잡고 나면 다시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그런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다. 제가 ‘인셉션’을 다섯 번을 보고 나서야 이해를 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집착할 수 있는 영화가 의외의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사실 어울리면 안 되는 캐릭터가 ‘미연’인 건데, 진짜 잘 어울렸다.
정말 과분한 칭찬이다. 사실 전 제 작품에 늘 객관적이지 못한 편이다. 영화는 객관적으로 보겠지만, 제 자신에게는 유독 짠 편이다. 그래서 제 연기에 아쉬워한다. 그래서 ‘미연’ 역이 잘 어울렸다는 말이 너무나 과분한 영광처럼 들린다.

노력형 배우라는 건 이미 소문 나있는 사실인데, 자신에게 너무 짠 거 아닐까.
사실 전 시나리오를 볼 때 정말 꼼꼼하게 읽는다. 밑줄도 치고 느낌도 적어 놓는다. 그리고 현장엔 다른 새대본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연기가 막힐 땐 처음 봤던 시나리오를 펴 본다. 처음 봤던 그 느낌을 살리려고 한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청아, 연기 좋았다”라는 말 보다 “‘미연’에 왜 이청아를 캐스팅 했는지 알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연기적으로 여러 도전을 하는 배우인데, 미연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런 지점에서 미연이라는 인물은 저와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감독님과 이야기 했을 때 감독님은 “미연은 꿈도 희망도 없는 인물”이라고 하셨다. 명품백 몇 개 드는 걸로 자기를 위로하고 만족하는 친구다. 제 성격상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저는 그렇게 못 살 것 같았다. ‘얘는 왜 더 위로 올라가려고 안 할까’라는 물음이 생겼다. 그러다 ‘이 친구는 더 높은 것,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아예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면서 미연이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미연에게 조금 더 좋은 친구, 조금 더 좋은 선생님 등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미연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연’을 입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사실 ‘미연’은 제가 꼭 잘 해내야 하는 역할이었다.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그 중엔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후배도 있었다는 걸 나중에 듣게 됐다. 그래서 ‘내가 제대로 못 해냈으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많았다. 후배와 동생, 관객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했다. 제 개인적인 부분을 떠나 영화가 잘 나와서 좋았고, 저도 제 역할을 그나마 해낸 것 같아 안심했다.

조진웅 씨와 연기를 함께 했다. 엄청난 에너지를 자랑하는 배우다.
제가 시나리오에서 느낀 조진웅 선배님은 파란색이었다. 그런데 선배님은 형광 파란색까지 준비해 오신다. 선배님이 ‘끝까지 간다’에서 화장실을 박차고 들어오는 위압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대본에 10이 쓰여있다면 15~20을 하는 배우다. 작품을 극적으로 만드는 힘을 느꼈다. 제가 해왔던 화법하고 달랐다. 캐릭터를 더 극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면 더 풍성한 배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은데.
4kg 정도 감량했다. 이청아처럼 보이기 싫었다. 착한 이미지와 ‘미연’이 안 어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 이렇게 달라졌어요”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까 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티가 안 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조진웅 선배의 감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맞다. 조진웅 씨 정말 핼쑥해졌다.
조진웅 선배님은 정말 대단한 배우다. 제가 조진웅 선배님 팬인데도 불구하고 촬영장에서 못 알아 봤다. ‘덩치 큰 마른 남자 스태프가 있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조진웅 선배님이었다. 너무 놀라서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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