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해빙' 김대명, 섬뜩했던 친절과 말 못할 비밀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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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주연 배우다. 지난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했던 김대명.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부터 최근 ‘판도라’(2016)까지, 다양한 조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물론 화제의 드라마 ‘미생’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젠 영화 ‘해빙’을 통해 당당하게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해빙’은 ‘4인용 식탁’(2003)으로 데뷔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수연 감독의 신작이다.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승훈’(조진웅 분)을 둘러싼 심리 스릴러다. 본래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의 팬이었던 김대명은 의심치 않고 ‘해빙’을 선택했다.

영화 ‘해빙’에서 승훈의 집주인이자 정육점 주인인 ‘성근’을 연기한 김대명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속에서 너무나도 지나친 친절로 공포를 안겼기에 그의 환대가 조금 섬뜩했던 건, 미처 말할 수 없던 비밀이다.

김대명과 인터뷰가 특이했던 건 그의 메모 습관이다. 인터뷰 도중 깨알 같이 무언가를 기록했다. “도대체 뭘 쓰는 거냐”고 묻자 “특이한 질문이나 제가 기억해야할 질문을 기록한다”고 했다. “왜 적는 거냐”라고 묻자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그냥 날려버리는 시간이 되는 게 싫다. 인터뷰도 저를 만나고자 하시는 시간이고, 기사 또한 저를 써주는 시간이니까 모두가 소중하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기사를 통해 그 시간을 기억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처 말할 수 없던 비밀, 김대명은 지독히도 악필이었다.

영화를 본 소감은?
완성된 ‘해빙’을 굉장히 궁금해 했던 한 사람이다. 사실 ‘해빙’은 시나리오 때부터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눈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구조였기에 영화로 어떻게 그려졌을까 궁금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읽었는데, 그 때 큰 뭔가가 다시 왔었다. 영화도 처음 봤을 땐 이야기를 받아드리기 바빴고, 두 번째 볼 땐 문학 소설을 읽는 듯한 색다른 느낌도 받았다.

흥행적인 측면에서 15세 이상을 받아서 다행이다. 자칫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되지 않을까란 걱정도 했다.
저도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아마 19세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었다. 제가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크게 거슬리는 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저 영화 전체가 주는 상상의 에너지가 크기에 수위가 높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흔한 욕설도 안 나온다.
맞다. 담배도 피우는 것처럼만 보이고, 욕도 없고, 피가 많이 튀지도 않는다.

‘해빙’의 연출적 묘미는 각 시퀀스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그런 시퀀스들이 여럿 모여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해빙’은 이른바 ‘떼신’이 없다. 2인극, 혹은 모노극 같은 연출이 많았다. CG도 없고, 액션이 있지도 않다. 두 배우가 붙어서 파열음을 낼 땐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다. 작은 장면과 감정들을 쌓아서 큰 그림으로 가는 작품이라 연기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했다.

주인공이 승훈이라면, 모든 갈등을 조율하는 건 성근이었다.
사실 ‘성근’은 친절한 사람이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과 상황에 따라서 그 이미지가 천차만별인 캐릭터다.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전의 포인트이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기존 영화들처럼 감정이 터지는 상황이 있다면 보다 쉬웠을 거다. 울분이라도 토했으면 목적이 명확했을 거다. 하지만 띄어쓰기 하나만 잘 못해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구조였다. 1mm 차이가 뒤쪽에선 엄청난 에너지가 되는 영화였다.

자칫 산으로 갔을 수도 있어서 부담이 됐다. 이수연 감독님과 신구 선생님, 조진웅 선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에 다가갔다. 스릴러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싶었다. 캐릭터의 분위기만 보면서 연기하면 메시지가 사라질 수 있으니, 이유와 목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주연작이라 부담도 있었겠다.
우선 연기적으로 조금씩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역할이 커지다 보니 부담과 책임이 생긴다. 물론 작은 역할도 부담과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스태프의 꿈도 제 어깨 위에 있고 자본금, 투자금에 대한 부담도 느껴진다. 하지만 배우로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뿐이다.

조진웅과 함께 연기를 했다.
제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굉장히 훌륭한 선배님이다. 제가 어떤 연기를 해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돼주셨다. 선배님과 찍을 때마다 오는 카타르시스가 컸다. 엄청난 소름이었다.

여러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데.
제 필모를 펼쳐보면 전 이상한 사람이다. 저를 노멀한 인간상으로 보기 때문에 많은 색깔을 입혀주시는 것 같다. 만약 이미지가 고착화 됐다면 이렇게 다양한 역할이 오진 않았을 것 같다. 제 장점이라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일이다.

‘해빙’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에너지를 배웠다. 서로 바라보는 시선 중에 커다란 맥락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좋았다. 제가 영화 속 포지션적으로 중심에 있다는 것, 영화의 큰 기준이 된다는 걸 경험해 봤다. 중심 역할이라는 것 보다는, 제가 가지고 가야 하는 힘이 큰 비중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뻔한 대답이 되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결과물을 보는 것이 재밌다. 물론 찍을 때도 행복하지만, 배우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직업이다. 그래서 피드백을 보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 장르를 도전하면서 제 안에 있는 많은 면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다.

차기작은?
지금 ‘골든슬럼버’를 촬영 중에 있다. 또한 시나리오를 보면서 신중히 다음 작품을 고르는 중이다. 항상 좋은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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