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도봉순’ 박보영, 마음도 힘쎈배우 뽀블리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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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꾸밈 없는 배우였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해 취재진이 단어를 순화해 줄 정도였다. 양옆에 앉은 취재진을 대역 삼아 촬영 당시를 재연할 땐 ‘도봉순 캐릭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박보영은 최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주인공 ‘도봉순’을 연기했다. 도봉순은 체구는 작았지만 정의로웠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체구 작은 친구들이 떠올랐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힘을 가진 ‘도봉순’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물했다.

그 사이다는 ‘도봉순’을 연기한 박보영에게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박보영은 ‘도봉순’을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더욱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여성 원톱 주연의 드라마기에 부담도 됐겠지만, 박보영은 처음부터 기다린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보영을 만났다. 오랜 시간 작품을 기다렸고 기다린 캐릭터 덕에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은 박보영의 이야기를 여기에 전한다.

Q.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작품 끝날 때마다 느끼지만 ‘시원섭섭’이라는 단어는 참 잘 만든 단어에요. 촬영을 5개월 정도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긴 한데 또 정이 많이 들어서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이랑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요. 봉순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 것도 아쉽고요.

Q. 드라마가 좋은 결과를 거둬서 기분이 좋겠어요.
현장에서 피곤하더라도 시청률이 잘 나오면 온종일 그 이야기만 했어요. 다들 시청률이 높으니까 얼굴이 정말 밝으셨어요. “어제 시청률 봤어?”, “어디까지 오를 것 같아?”라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저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했어요.

Q. ‘힘쎈여자 도봉순’의 주인공이었어요.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도봉순’ 초고를 봤을 때는 시나리오만 있을 때였어요. 너무 하고 싶었는데 방송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순탄치가 않았어요.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방송사가 JTBC가 됐을 땐 시청률에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공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부담감을 줬어요. 시청률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요. 그래서 항상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Q. ‘도봉순’을 오랜 시간 기다렸어요. 꼭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뭘까요?
드라마 속에서 예쁜 척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어요.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대본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데 초고에서의 봉순이가 좋았어요. 초고에서 봉순이는 예쁜 아이가 아니었거든요. 사투리를 써서 캐릭터도 셌고요.

그리고 현실에서 제가 다른 사람보다 체구가 작아서 뭘 해도 다 도와주려고만 해서 더 혼자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괴력이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서 끌렸어요.

Q. 그런데 대본이 초고와 달라졌어요.
작가님이 제가 ‘도봉순’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제가 이 작품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본을 바꾸셨대요. 나중에 작가님 만나서 “초고가 더 좋았어요”라고 이야기했는데, 작가님께서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네가 관심 있다고 하길래 냉큼 바꿨어” 하시더라고요. 내용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봉순이의 캐릭터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Q. 캐릭터는 약간 달라졌지만, 여전히 화면에서 예쁘게 나왔어요. 사랑스럽게 그려졌고요.
하루는 펑펑 우는 장면을 찍는데 촬영 감독님께서 “정말 미안한데 네가 예쁘게 나와야 해. 다시 한번 해줬으면 좋겠어” 하셨어요. 촬영 감독님께서 제가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각도를 많이 찾아서 촬영해주셨어요. 봉순이의 사랑스러움은 제 안의 있는 사랑스러움을 크게 부풀린 것이에요. 강아지상이라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Q. ‘안민혁’을 연기한 박형식 씨와 ‘인국두’를 연기한 지수 씨와 호흡을 맞췄어요.
상대 배우를 만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형식 씨가 안민혁을 연기하려고 이렇게 어려웠구나’ 싶었어요. 형식 씨 자체가 구김살이 없고 친화력이 정말 좋아요. 스태프들에게 다가가서 말도 잘 붙이고요. 제가 해야 했던 부분을 형식 씨가 많이 해줘서 고마웠고, 시청자분들께서 ‘두 사람 참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지수는 참 엉뚱한데 귀여워요. 하루는 지수가 촬영하면서 시선을 저에게 줘야 해서 앞에 있던 조명판을 못 보고 부딪혔어요. 그런데 제가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컷 할 때까지 소리도 안 내고 있더라고요. 평소에도 대사 하는 것처럼 말을 해서 정말 귀여웠어요.

Q. 누나로서, 선배로서 두 사람을 끌어줬어야 할 것 같아요.
두 사람을 끌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원래는 선배님들과 주로 호흡을 했는데 세 사람 중엔 제가 가장 선배여서요. 스태프들도 “네가 누나니까 잘 끌고 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감독님, 제가 노력은 하겠지만 제 앞가림도 힘듭니다. 제가 뭐라고 쟤들을 끌고 갈까요? 노력은 하겠습니다”하고 두 사람에게 허세를 부렸어요.

한번은 형식 씨와 촬영을 하는데 다른 동선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카메라 세팅이 다 됐으니까 부탁드리기가 곤란한 거예요. 그럴 때마다 “내가 가서 이야기할게”하고 감독님께는 두 사람 안 들리게 이야기했어요. 아마 형식 씨도 지수도 모를 거예요.

Q. 후배들과 주로 연기를 했지만, 선배인 김원해 씨와도 호흡을 맞췄어요.
김원해 선배님과 정말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김원해 선배님이 “여기서 쓰러지고, 너한테 소리 지를 거야”하시면 선배님 이야기에 맞춰 연기 했어요. 거기다가 선배님께서 너무 귀여우셨어요. “너한테 이런 말 해도 돼?”라고 물어보시면서 촬영하셨는데, 전 “더 괴롭혀주세요”라고 했었어요.

Q. 다양한 인물과 연기할 일이 많았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큰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봉순이가 드라마 속에서 소소하게 많은 것을 해서 좋았어요. 괴력으로 소방차도 치워주고, 할머니도 도와드리고, 바바리맨도 물리쳐요. 아, 추행하는 사람 손가락도 부러트리고요. 스스로 ‘힘이 세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싶었던 것들을 연기하면서 많이 이뤘던 것 같아요.

Q. ‘도봉순’ 속에 많은 장르가 있었어요. 모든 장르 속에 봉순이가 있었고요.
그래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선배님들과 코미디, 액션 부분을 찍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함께 촬영하신 분들이 다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봉순이라면 나를 이렇게 칠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라고 해주셨어요. 그런데 ‘다음엔 이것보다 쉬운 것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게 힘들긴 하더라고요.

Q. 그렇다면 연기하지 않았던 캐릭터 중에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이중인격자나 싸이코패스 연기 해보고 싶어요.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달라지는 사람.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안 좋은 일 있냐고 물어봐요. 감정 기복이 심할 때도 있는데 그때 생각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중적인 캐릭터, 곧 볼 수 있을까요?
작품 들어가는 텀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는데 ‘도봉순’ 하기 전에 운동하다 다리를 다쳤어요. 치료하고 재활하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얼굴을 비출 수 있을 것 같아요.

Q. 벌써 10년이 넘게 배우로 지냈어요. 보영 씨가 계속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뭘까요?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차태현 오빠를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오빠께서 “네 인생에서 더는 830만이라는 숫자는 없다고 생각해. 만나기 힘들 거야”라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연기 생활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연기 생활 초반에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이제는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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