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 "아버지가 되는 첫 걸음, 팔자걸음부터"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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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정소민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0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였다. 드라마 ‘나쁜남자’를 통해 막 이름을 알렸던 시기였다. 당시엔 신인으로서 꽤나 큰 롤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제 2의 윤은혜’라는 수식어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도 다소 버겁게 받아 들던, 아직 얼굴에 앳된 티가 가득했던 때. “아직 배우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며, “다시 만나는 날에도 ‘배우’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던 신인 여배우가 그때의 정소민이었다.

그리고 6년 후 정소민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영화 ‘아빠는 딸’의 ‘원도연’으로 나타난 정소민은 얼굴의 젖살이 쏙 빠져 너무나도 예쁜, 어느 새 서른을 바라보는 배우가 됐다. 물론 절대 동안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배우이기에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연기에 대한 소신과 애정은 예전보다 더 또렷해지고 성숙해있었다. 그는 그렇게 훌륭하게 ‘배우’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었다.

정소민은 영화 ‘아빠는 딸’을 통해 아빠와 몸이 바뀌는 ‘도연’을 연기했다. 덕분에 10대 여학생의 몸으로 40대 중년 남성을 표현했다. 소위 ‘쩍벌’은 기본이고, 식탁에선 맛깔스런 반찬에 맥주를 꿈꾸는 고등학교 여학생을 연기한 정소민과 제니스뉴스의 만남. 그 기분 좋은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10대 여학생의 몸과 40대 중년 남성의 이성을 연기했다.
우선 윤제문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리고 또 다른 도움을 받은 선배는 김상호 선배님이다. ‘디데이’를 같이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다. 고민이 될 때마다 전화해서 도움을 받았다. 김상호 선배님이 일상 대화에 욕을 많이 구사하신다. 뭐랄까. 선배님에게 욕은 파이팅이자 추임새다. 정말 차지고 사랑스러운 욕이다. 그걸 꼭 써먹고 싶었다. 그래서 상태가 욕을 많이 하는 캐릭터가 아닌데도 답답한 마음을 친구에게 토로할 땐 욕을 쓸 거 같았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차용했다.

도움을 받았다 해도 어려웠을 아재연기다.
아무래도 제가 경험해본 것 보다 아닌 것들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렵다. 이 역할은 저보다 20년 넘는 세월을 더 살은 캐릭터였다. 거기에 남자였고, 한 여성의 남편이었고, 아빠였고, 회사에서의 만년 과장이었다. 제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마냥 ‘재미있겠다’하고 덜컥했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정소민이 아재로 변해갔던 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외형적인 것부터 고쳐 나갔다. 걸음걸이, 말투, 자세 등 행동을 중점적으로 카피했다. 그것이 익숙해지니 그때 한 번 딜레마가 왔다. 외형만 따라 해도 마음이 변하는 게 있었지만, 그래도 더 채워야 할 것이 있었다. 내적인 마음이었다. 상태가 가졌을 고민들을 생각해봤다. 그걸 체화시키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렇지 못하면 흉내내는 것에 불과했을 거다.

정말 딱 아재 걸음을 걷던데.
실제로 윤제문 선배님이 그렇게 걷는다. 처음엔 팔자걸음이 어색했다.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근육 자체의 모양이 다르다 보니 익숙해지질 않았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그 걸음걸이에 적응하다 보니 다시 돌아오기가 힘들다. 감독님이 말하길 “제가 소민 씨의 연기 인생을 망친 거 같다”고 했다. 반대로 윤제문 선배님은 다리를 모으는 걸 힘들어하셨다. 너무 벌리고 앉아계셔서 제가 모아드린 적이 있다.

야구연습장에서 배팅을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놀랐다.
저도 놀랐다. 저 정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자세 연습은 했었다.

그 신에서 이호준 선수(전 NC다이노스)가 특별출연 해서 놀랐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번에 알아보셔서 놀랐다. 전 사실 처음 뵙는 거라 서먹서먹 했다. 제작사 대표님의 친분으로 참여하셨다. 쿨하게 오셔서 프로처럼 연기하고 가셨다. 신스틸러가 되셨다.

‘아빠는 딸’도, ‘마음의 소리’도 두 작품 모두 코미디를 연기했다. 많은 배우들이 가장 어려운 연기로 꼽는 장르다.
순서로 보자면 ‘스물’ 다음 ‘아빠는 딸’을 찍었고, 그 뒤에 ‘마음의 소리’를 촬영했다. 사실 ‘스물’은 장르는 코미디이지만 제가 그 연기를 할 일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코미디에 대한 고민은 ‘아빠는 딸’부터 시작했다. 사실 제가 가장 겁내는 장르가 코미디였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코미디를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그걸 제가 하게되니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 코미디는 관객에게 웃음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속상해진다. 그 걱정이 많았다. 아직 전 능숙한 코미디 연기자처럼 잘 해내지 못한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코미디 연기는 겁이 난다.

윤제문 씨는 그 웃음을 위해 씨스타의 춤까지 췄다. 무용전공자로서 그 춤을 평가하자면?
풀 버전을 본 건 언론시사 때가 처음이었다. 몸의 라인을 정말 잘 살린 거 같다. 라인을 잘 살리셨다.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정말 요염하게 나왔다.

윤제문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동안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저를 굉장히 어리게 보셨다. 인사를 드리니 “응, 몇 학년?”하고 물으셨다. 제가 4학년이긴 한데, 6학년 같은 4학년이다. 선배님 따님이 고2인데, 그거보다 어리게 보셨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29살이 됐다. 이제 다가올 서른 살에 대해 뭔가 특별한 감정이 있나?
오히려 기다려지는 부분이 있다. 서른이라는 지점이 멋있어 보인다.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갈 때 설레었다면, 서른은 뭔가 잔잔한 무게가 있는 거 같다. 괜히 어른이 되는 거 같다. 그런데 주변에선 “그런 거 1도 없다”라고 한다. 어쩌면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애 같은 발상인가 보다.

도연이는 아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딸이었다. 실제 정소민은 어떨까?
저도 도연이 나이 때엔 정말 비슷했다. 사춘기 시절 반항했던 그런 딸이다. 단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전 아빠에게 소리지르고 대들지는 못했다. 아빠가 굉장히 엄하셨다. 하지만 출발은 비슷했다. 제가 나이 들면서 아빠가 불편해지고, 그러다 어려워지고, 결국 싫어하는 상태까지 가게 됐다. 아마 아빠랑 정말 친한 딸들, 혹은 정말 착한 딸들 빼면 거의 모든 딸들이 비슷할 거다. 그러다 20대 중반이 지나면 엄마 보다 아빠랑 친해지는 거 같다.

그럼 지금은 아버지와 친해졌다는 이야기?
예전엔 제가 무용을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반대하셨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데, 그 중요한 것까지 왜 관여할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보다 더 응원해주신다. 얼마 전엔 아빠가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해서 같이 다녀왔다. 정말 잘한 선택 같다. 좋은 시간이었다.

영화에선 결국 도연이 아빠의 삶과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데, 실제 아버지의 삶 중 궁금한 부분이 있는지?
아빠와 친구들이 만나면 어떤 감정일 지 궁금하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의 아빠와 다른 모습일 것 같다. 마치 학생 때처럼, 애처럼 지내실 것 같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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