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보통사람' 장혁, 보통과 좋은 배우의 사이에서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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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OCN 드라마 ‘보이스’를 돌아 영화 ‘보통사람’으로 돌아온 배우 장혁. 말 그대로 종횡무진, 바쁜 일정을 소화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튀기게 살아야 한다”며,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은 장혁이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프리랜서의 삶을 사는 ‘보통사람’이자 ‘보통아빠’이기에, 그리고 연기로 삶을 꾸려가는 ‘보통배우’이기 때문일 터다. 하여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장혁은 ‘좋은사람’이자 ‘좋은아빠’, 그리고 ‘좋은배우’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나쁜, 절대 악의 상징 ‘최규남’을 연기한 장혁이다. 검사 출신으로 안기부 최연소 실장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규남은 ‘성진’(손현주 분)을 부추겨 연쇄 살인 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파헤치는 ‘추재진 기자’(김상호 분)를 압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갈 땐 센베이 과자를 한아름 안고 들어가는 또 한 명의 보통사람이 바로 ‘최규남’이다.

자신의 세 번째 안타고니스트(반동인물)과 마주한 장혁. 영화 속 배경인 대한민국의 1980년대에 대한 추억과, 지금 현재의 문제, 그리고 그 안을 살아가는 자신의 심경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장혁과 제니스뉴스의 인터뷰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관객의 입장으로 우리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두 가지 단어였다. 막막과 먹먹이었다. 막막한 것은 제가 1980년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체험도 했다. 하지만 제가 체험했던 그 시절은 영화 속 ‘민국’으로서 살았던 시기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다. 프로야구 유니폼을 동경했고, 나이키를 신어보고 싶어했다. 오락실도 자주 갔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의 감정을 모르고 살았다. 그 지점에서 우리 영화를 보니 당시 어르신들은 정말 막막하게 살았을 것 같다. 그래서 먹먹해졌다.

진짜 나쁜 놈을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배역은 미워해도 배우는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도 했다.
현주 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다. 제가 그 반대쪽의 안타고니스트가 돼야 했다. 제가 ‘보통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딱 그것이다. 손현주 선배님, 그리고 안타고니스트를 연기할 시나리오. 시사회 때 드렸던 당부는 제가 배우로서 땀 흘리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건데, 가끔 관객들은 배우를 그 역할로 보는 경우가 있다. 저 역시도 관객 입장에서 보니 규남이가 진짜 나쁜 놈으로 보였다.

목소리의 톤부터 억양, 속도까지 악역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최규남을 연기하면서 기존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캐릭터를 레퍼런스로 찾아 봤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그들은 사람을 누르는 거친 억양이 있었다. 목소리가 큰 것이 아닌데, 분명히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규남의 말투는 사실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투다. “엄마랑 오늘 뭐했어요?”하는, 제가 세 살짜리 막내딸에게 딱 그런 톤으로 이야기한다. 존댓말을 쓰고 상대를 대우하는 듯 한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 거다. 상대를 내 밑으로 보기에 가능한 말투다.

영화 초반 강렬한 등장이 두 번 있다. 시국선언을 한 은사를 찾아가는 신, 그리고 당대 최고 여가수의 코에 주먹을 날리는 신이다.
규남이라는 캐릭터가 찍어내리거나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긴장감을 주는 포지션이 필요했다. 안기부 직원들도 사인 받고자 하는 대단한 여가수다. 그런 가수를 향해 잽을 날리는 게 바로 그런 자극이었다.

은사님을 찾아가는 신은 제가 감정의 축을 가지고 갔던 두 군데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신은 나중에 검사에게 취조 당하는 신이었다. 감독님은 규남이 군부독재 시절의 거대한 시스템처럼 비춰지길 바랐다. 하지만 규남도 험난한 시대를 걸어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 변천사가 있을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던져야 관객들이 공감까지는 아니지만 이해는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들어간 규남의 시점이었다. 후반부 젊은 검사와 붙는 신은 모멸감에 빠진 규남이었다. 후배 검사에게 그런 대사를 한다는 자체가 이미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점이었을 거다.

후반부엔 노인분장을 했다. 공을 많이 들였는지 진짜 노인처럼 비쳐졌을 정도다.
30년 뒤 모습을 그린 건데, 3시간 동안 자고 일어나니 그렇게 변해있었다. 하하. 사실 외모적으로 그렇게 늙고 싶진 않다. 일단 저희 집안이 숱이 많은 집안이다. 하하.

결국 배석판사 자리에 있다는 건, 30년이 지나도 우리 사회가 그다지 변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보통사람’ 시대를 살아간 가장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먹먹하다고 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의 기분은 어떤가?
시위는 예전에도 했고, 지금도 했고, 앞으로도 할 거다. 그러나 그 주제는 달라질 거다. 우리는 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거다. 요즘 뉴스를 틀면 좋은 뉴스의 분량이 많지 않다. 시국도 시국이고, 미국 대통령도 바뀌었고, 중국과 온도도 다르다. 그리고 시대가 또 흐르면 저출산 고연령 시대가 만연화 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나올 것이다. 예전 세대, 지금 세대, 미래 세대가 다 각자의 세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거다. 다만 좋은 뉴스가 많이 올라왔으면 하는 염원이 있다.

딱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전 보통 사람이다. 도덕적인 욕구도 있지만 사심도 있다. 숨 쉬면서 살아가고, 배고프면 밥 먹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다가 좌절도 하고, 또 다시 꿈도 꾼다. 하지만 제가 견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상식적인 부분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부분이다.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준을 아이로 옮기면 어떨까? 부모라면 내 아이는 특별하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도 있을텐데.
어렵다. 사실 특별하다는 건 기준이 모두 다르다. 그 부분을 떠나서 “아이가 잘 됐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맞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은 지점이 있다. 나의 일이면 견딜 수 있는데 내 아이라면 다르길 바란다. 아마 요즘 부모들은 다 그런 것 같다. 단적으로 선행교육만 봐도 그렇다. ‘남들 다 하는데, 난 안 해도 되는 걸까?’ 싶다. 1학년 때 1학년 걸 안 배우는 건 옳은 게 아닌 건데…, 참 복잡한 지점이다. 난제다. 어떤 것이 특별한 거고, 어떤 것이 보통인 건지 정말 모르겠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특별하다고 한다면 특별한 거고, 보통이라 말한다면 보통일 거다.

사람으로서는 보통 사람을 원한다면, 배우로서는 어떨까?
물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보통 배우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연기를 잘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멈추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오”다.

지금보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걸까?
예전 대학 시절 친구들과 조를 짜 영화를 찍곤 했다. 그러다 실제 현장에 왔을 때 100 명에 이르는 스태프를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때부터 카메라 공포증이 생겼다. 지금 현장에 많이 익숙해졌음에도 아직도 공포증은 남아 있다. 제가 작품에 대한 준비가 덜 됐을 때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한다.

지금도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피 튀기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경쟁을 통해 살고 있다. 직접 제작을 하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 저를 찾지 않으면 끝이다. 그 순간 연봉이 제로가 된다. 자기를 개발하는 건 프리랜서의 숙명이다.


사진=sidus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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