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김과장’ 이준호 “먹쏘 별명, 기분 좋아요”

2017-04-10
조회수 1664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벌써 10년 차 가수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고작 다섯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존재감은 또래 배우들 못지않다. 그룹 2PM의 준호, 그리고 배우 이준호의 이야기다.

이준호는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의 '다람쥐'를 통해 처음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천천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겸손한 태도로 꾸준히 연기에 임했고, ‘김과장’을 통해 제대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이준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서 중앙지검 범죄 수사부 검사였다가 TQ그룹 박현도(박영규 분) 회장의 스카우트로 TQ그룹 재무이사가 된 ‘서율’을 연기했다.

이준호가 연기한 서율은 악역이었지만 우리가 그간 봐왔던 악역과는 달랐다. 이준호는 주로 김성룡(남궁민 분), 윤하경(남상미 분), 박현도 회장과 연기하며 다른 모습을 보였고 매력적인 악역을 탄생시켰다.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준호를 만났다. 이준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김과장’에 대한 애정과 ‘서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묻어났다. 이준호가 들려준 ‘김과장’ 촬영 뒤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오피스 드라마에 출연해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김과장’은 비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었던 드라마였어요.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사이다 발언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현실이었다면 김성룡은 TQ그룹에서 해고당했겠죠. 연기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김과장 같은 인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마 몇 년 후에 드라마가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 같아요.

Q. 매력적인 악역이었던 ‘서율’ 덕에 ‘김과장’ 스토리의 밸런스가 맞았던 것 같다.
드라마의 장르가 오피스 코미디라 남궁민 선배께서 고군분투하셨어요. 경리부에서 주로 코믹 요소를 담당했고, 저는 주인공인 김성룡 과장과 대립했죠. 박영규 선배님께서 드라마가 잘 된다고 해서 들뜨지 말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코믹 요소를 보여드릴 수 없었고요. 장난도 물론 치고 싶었고, 김원해 선배님 만나 까불고 싶다고도 이야기 했었어요. 처음엔 외로웠지만 나중엔 익숙해지더라고요.

Q. 서율의 캐릭터를 위해 많이 노력했을 것 같은데.
‘김과장’에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왜 서율이 싸가지가 없는 인물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서율이 너무 잘난 사람인 거죠. 똑똑하고 머리 회전이 비상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거고, 누군가 이야기를 해도 말을 끊을 것이며, 그러다 보니 대화할 사람이 별로 없겠지 싶었어요.

그래서 대본 리딩 하고 나서 회식 때부터 말도 안 했고 두 달 동안 혼자 생활했어요. 그런데 마음의 정리를 하고 촬영에 임한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만약 마음의 정리 없이 촬영했다면 선배님들을 거칠게 대할 때 많이 주저했을 거예요.

Q. 서율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었던 신이 바로 욕을 하는 신이었다.
서율의 성격이 욕이나 사용하는 단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민영(서정연 분) 상무의 죄목을 하나하나 꼽을 때 애매한 손가락만을 남겨 조 상무를 약 올렸고 누군가 봤을 때 예측만 할 수 있게 옆에서 찍었어요.

Q. 김성룡 과장에게 ‘노잼’이라고 말하는 신도 인상 깊었다.
원래는 ‘X노잼’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이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며 말리셨어요. 그런데 "저 한번 믿어보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좀 순화를 시켰죠. 숫자 ‘10’을 손가락으로 표현하고 입으로는 ‘노잼’이라고 말했는데 시청자분들께서 놓치지 않고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Q. 서율의 성격이 표정과 행동에서도 드러났던 것 같다.
표정과 행동을 좀 아낌없이 해보자는 생각이 많았어요. 늘 연기를 할 때 누군가의 조력자로 출연했는데 ‘김과장’을 통해 주도적인 캐릭터를 처음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서율의 성격이 제대로 보일 수 있는 표정들을 만들어 놓고 촬영에 임했어요. 서율이라면 어떻게 손짓을 할까 생각해봤고 남들이 쓰지 않았던 서류 칼도 사용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Q. 거침없이 먹는 모습 역시 서율의 성격을 대변하는 한 부분이었다.
먹는 모습을 통해 서율의 욕심과 야망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편하게 먹기 힘들어하지만 서율은 그렇지 않잖아요. 서율의 성격을 표현하는 장치로만 생각했었는데, 공교롭게 많은 사랑을 받고, ‘먹방’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먹쏘(먹보+소시오패스)’라는 별명까지 생겨서 기분이 좋았어요.

Q. 박현도 회장, 조민영 상무와 함께한 일식집에서의 행동도 의도한 것인지?
서율의 심리 상태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먹는 것이라면 무조건 입에 넣어 삼키는 친군데 먹는 것을 거부한 거잖아요. 박 회장님, 조 상무님 만나서 이야기할 때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회를 뱉었어요. 더럽게 안 뱉어서 다행이었죠.

Q.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김성룡과 만담 수준으로 했던 대화가 많은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통 합은 리허설을 충분히 하고 맞췄는데, 둘 다 "대사를 빠르게 해서 말장난하는 것처럼 만들자"고 말했어요. 그래서 김성룡 과장과의 촬영에서는 늘 오디오가 비지 않았죠. 오디오가 많이 겹쳐서 오디오 감독님께서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나요.

Q. 조민영 상무에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는데.
작가님께서 영화 ‘달콤한 인생’ 패러디인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셨던 것을 알고 살짝 대사를 바꿨어요. 원래는 “상무님한테 내가 무슨 모욕감을 줬나?”였거든요. 무게감을 잡고 있는데 이렇게 대사를 해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특성상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이 될 것 같아서 다르게 대사를 쳤죠.

Q. ‘서율’ 역을 비롯해 출연작에서 계속해서 호평을 받았는데 유독 주연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분에 넘치는 캐릭터를 하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김과장’의 서율을 만났고 그간 배웠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시도했어요. 혼자 ‘김과장' 속에서 여러 가지 연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는 여러 작품에 과감하게 도전을 하고 싶어요. 원래는 일 년에 한 편씩 작품을 했다면 이제는 작품에 출연하는 텀을 줄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더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인가?
정해진 것은 아직 없지만 공격적으로 연기활동을 할 거예요. 2PM 멤버들이 군대에 가기 시작하지만 저희는 다시 뭉치기로 이야기를 했어요. 다시 뭉치려면 공백기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하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존재감을 무조건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PM이 오래 가기 위해 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