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유행어? 욕심은 없지만 재미있다"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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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여기엔 호랑이가 우글거립니다"

본의 아니게 매 작품마다 유행어를 만들어 내는 배우 이정재에게 "이번 '대립군' 속 유행어를 꼽아달라" 하니, 멋쩍어하며 내뱉은 대사였다. 스마트하고도 깔끔한 외모, 어쩌면 유머 넘치는 유행어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정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상'을 통해 "내가 왕이될 상인가?"라는 대사를, 나아가 CF를 통해 "새우라고!"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그의 말을 빌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영화 '대립군'도 그랬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의 리더가 됐던 광해의 풍찬노숙을 바탕으로 대신 군역을 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대립군의 수장이 바로 이정재가 연기한 '토우'였다. 본의 아니게 '대립군'은 대한민국이 리더에 대한 물음표를 제기하고, 새로운 리더를 맞이했던 지금 이 시점에 곱씹을만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됐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제니스뉴스와 이정재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누었던 영화 '대립군'에 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대립군’이라는 제목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 영화를 떠올리며 극장을 찾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린 결론은 ‘대립군’은 스펙터클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관객을 잘 이해시키고 이끌어가면서 결국 감동까지 느끼게 해야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 부분은 잘 표현된 것 같다.

‘관상’에서 보았던 수양대군의 이미지가 아직도 관객들에게 강렬히 남아있다. 같은 사극 장르였기에 여러가지를 신경 썼을 것이다. 특히 발성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 듯 했다.
토우는 지식인이 아닌 천민 태생으로 대립군의 위치에 놓인 사람이다. 그 설정상 다른 말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반응이 즉각적이었고, 대화의 템포도 달랐다. 더불어 토우는 거친 무리를 인솔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면 어떤 음색과 말투, 그리고 행동을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토우다.

토우는 리더다. 하여 연기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표출해야 했을 것이다.
맞다. 토우는 지능으로 무리를 인솔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더 소요 됐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전우애 아닌 전우애도 생긴 것 같다. 매일 새벽 5시, 6시에 모여서 그날 저녁 때까지 함께 했다. 몇 달 동안 지방에서 함께 숙식을 같이 했다. 안 친해질래야 안 친해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감정 표현과 에너지가 많은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서 연기하기 더 힘들었을 터다.
정말 세밀하게 보시는 분들에게 보여지는 지점이다. 토우에겐 확 드러내는 감정이나 사건이 없다. 그래서 묻어가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캐릭터가 밋밋할까 하여 뭔가 더 해보려고 하면 그때 불협화음이 생겨난다. 정해진 구조 안에서 새로운 것을 연기하는 게 토우라는 역할이었다. 제겐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다.

영화 전체에 고생한 흔적들이 묻어난다. 특히 산 속을 행군하는데 가마까지 들어야 했다.
그 가마 꽤 무겁다. 다섯 명 이상이 붙어야 빈 가마를 들 수 있고, 여덟 명 이상이 들어야 진구 씨가 들어있는 가마를 들 수 있었다. 좋은 게 있다면 산을 타니까 건강은 해진다. 특히 하체가 참…, 주차장에서부터 보통 40분을 걸어 올라갔다. 특히 이솜 씨가 고생이 많았다. 고무신을 신고 올라갔다. 운동화 신고 올라가서 갈아 신어도 될텐데, 본인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풀착장으로 산을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생을 했기에 고된 풍찬노숙과 조선의 풍광을 담을 수 있었다.
‘레버넌트’처럼 찍고 싶은 신도 있었다. 특히 풍광 같은 부분들이다. ‘우리나라에 수려한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도술산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기가 1년 중 반은 바람이 불고, 안개가 낀다고 했다. 저희가 갔을 때에도 안개가 자욱했다. 꽤 멋있었다.

가장 고됐던 신을 꼽아본다면?
계곡에 들어가는 신이다. 정말 너무 추웠다. 정말 추위에는 몸과 마음의 컨트롤이 되질 않는다. 그러면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고, 속으로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물론 그 신에 노출도 있었는데 상반신 노출은 부담 없었다. 가장 토우스러운 몸을 먼저 만들어 놓고 촬영 했다. 사실 ‘대립군’이 ‘300’ 같은 몸을 만들어야 되는 작품은 아니니까. 하하. 작품 한두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했다.

많은 고생을 한 작품인데, 토우를 비롯한 ‘대립군’의 전사나 드라마가 나오지 않아 섭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사로만 살짝 비춰진다. 북방 지역에 여진족들이 국경을 넘어와 식량을 약탈하니까, 마을 사람들이 다 도망을 간다. 그래서 남쪽 서민들을 강제로 이주 시킨다. 실제 선조가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막상 북방으로 온 이주민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대립군이 된다. 아마 감독님은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신 듯 하다. 대립군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 그리기엔 두 시간이란 러닝타임이 부족했다. 광해의 성장과정과 리더십, 그리고 광해를 보며 변해가는 대립군을 모습을 그려내기도 모자랐던 시간이다.

대립군들의 병기가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토우는 이도(二刀)를 썼다.
감독님께서 개개인에 맞는 무기를 설정하셨다. 언월도, 활, 낫 등등 좋은 설정 같다. 제가 이도를 쓰는 이유는 아마 전시엔 반드시 이도를 썼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실전 같고 사실적이어서 좋았고, 남자라면 또 쌍검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

한참 후배인 여진구와 연기를 했다.
너무 좋았다.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한 친구다. 본래 연기를 잘하는 친구인데 경험치까지 겸비하다 보니 아주 훌륭한 배우가 된 것 같다. 여진구 씨가 지금 21살이다. 제 21살 때와 비교하면? 충고할 지점이 없다. 워낙 잘하고 있다.

‘관상’ 때는 수양의 대사가 유행어가 됐는데, 이번엔 그런 대사가 보이지 않는다.
하하. 유행어 욕심은 없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사들이 유행어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대사였어서, 그게 유행어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또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유행어가 되고 계속 언급되다 보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아티스트컴퍼니(소속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최근 1주년 화보가 큰 화제가 됐다.
어떻게 하다보니 1년이 됐다. 그냥 지나가자니 서운했다. 내부적으로는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의미였고, 외부적으로는 우리 식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다.

잘 생긴 배우들이 많아서, '아티스트컴퍼니 여직원들은 월급을 안 받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회사 분위기가 좋다는 뜻일 거다.
(깜짝 놀라는 소속사 관계자를 가리키며)아니다. 월급은 준다. 하하. 우린 회사라는 개념보다는 모임에 가깝다. 사실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크게 성공한 회사는 없다. 돈을 벌은 회사들은 음반 제작을 함께 하는 회사가 보통이다. 성공하기 힘든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는 이유? 사업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활동해오면서 생각과 지향하는 바가 같았던, 성격이 좋다고 느꼈던 지인들이 함께하는 모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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