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역적’ 이하늬 “연기? 몸이 악기가 돼 이야기 하는 것”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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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장녹수를 이렇게 인간적으로 표현한 배우가 또 있을까. ‘역적’을 통해 장녹수를 만난 이하늬는 제 옷을 입은듯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했다. 자신이 전공한 국악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승무, 장구춤, 판소리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MBC 드라마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홍길동(윤균상 분)을 비롯해 아모개(김상중 분), 연산군(김지석 분), 장녹수(이하늬 분), 가령(채수빈 분) 등 모든 캐릭터가 입체감 있게 그려졌다. 이하늬가 연기한 장녹수 역시 기존의 작품에서 그려졌던 장녹수와는 다른 인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역적’ 속 장녹수는 폭군이 된 연산의 고독과 광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여인으로 표현됐다. 이하늬는 장녹수가 권력을 위해 애를 써야만 했던 과정들을 디테일하게 연기했다.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장녹수가 가진 감정들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이하늬가 ‘역적’ 전후로 가졌던 생각들과 고민들을 제니스뉴스가 이 자리에 전한다.

Q. 오랜 기간 촬영을 해서 끝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겠다.
당장 세트장에 가야할 것 같고 문득 생각도 나고 그래요. 특히나 정말 고군분투 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은 그런 빈공간이 얼마나 클까란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초반에 건강이 조금 좋지 않으셨거든요. 그런데도 중요한 장면이나 포인트들을 놓친 적이 없으세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오전에 모여서 리딩을 꼬박꼬박 했었고요. 촬영하고 다들 체력이 소진됐을 때도 감독님은 편집실에 가서 편집을 보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해요. 수장이 그렇게 뛰면 밑에 스태프, 배우들은 당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촬영을 하면서 이하늬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나.
다른 배우들이 잘 알 것 같아요. 신 마다 달랐어요. 민감하면서 예민한 장면을 찍을 때도 있고, 마지막에는 미친 사람처럼 되기도 했죠. 깊은 슬픔을 표현하기 전후로는 제가 익스트림하게 밝아지기도 했고요. 촬영하면서 저도 제 안에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기본적으론 촬영장에서 밝은 스타일이에요. 장난도 치고 어이없는 농담도 하고요.

Q. 장녹수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포인트를 준 부분이 있다면.
빛나거나 혹은 미쳐있었어요. 풍부한 것들을 가지고 ‘역적’을 할 수 있어서 우선 감사해요. 진취적인 녹수였죠. 표면적으로 욕심이 많은 인물이지만 마냥 단면적인 인물은 아니었어요. 열정이 많은 사람이었고요. 녹수가 처음 연산을 바라볼 때는 ‘입신양면 하겠다’라는 마음이 컸다면, 나중에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연산 곁을 지켜요. 임금의 여자였기 때문의 임금의 여자처럼 죽겠다는 선택이었죠. 연산에 대한 동지애, 모성애 아닌 모성애를 가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복합적인 감정을 가졌던 인물이라 어렵기도 했어요. 때문에 깊이가 필요했고 다양한 빛깔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Q. 그런 감정선을 표현하기가 어려웠겠다. 부담감도 컸을텐데.
깊은 슬픔부터 온갖 화를 가지고 많은 쟁취를 하면서 살아간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죠. 그냥 당장의 ‘역적’ 속 녹수를 어떻게 표현할까가 큰 과제였어요. 예인 장녹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적재적소에 음악과 춤이 어우러져서 시너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Q. 음악, 춤을 보여주기 위해 따로 준비를 많이 해야 했겠다.
치열하게 준비했죠. 악기를 특히 많이 배웠어요. 이번 작품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취미아닌 취미로 판소리, 한국무용도 배웠거든요. 조금씩 공부했던 게 ‘역적’을 위해 준비한 것처럼 됐어요. 작가님이 먼저 저에게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춤을 추길 원하느냐’라고 물어봐주셨어요. 그런 미팅이 촬영 두 달 전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미리 준비해서 그런 퀄리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온에어가 되면 일주일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하거든요. 이전부터 상의하고 만들고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Q. 그런 노력 덕분에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 뿌듯하겠다.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호평을 받을 때도 의연하게 지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혹평도 마찬가지고요. 배우에겐 평가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어떨 땐 잘하기도 못하기도 하잖아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보다는 작품에서 내가 정확하게 무얼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에요.

Q. 김지석과 호흡이 정말 좋아보였다. 현장에선 어땠나.
녹수는 연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빛이 났어요. 연산이 가지고 있었던 눈빛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김지석 배우의 눈에 있던 맹렬함이 좋았어요. 그걸 바라보는 게 재밌고 즐거웠어요.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거든요. 서로에게 시너지를 줘요. 그런 화답하는 배우를 만난 건 행운이에요.

Q. 채수빈을 그렇게 잘 챙겨줬다던데.
제가 더 많이 경험했었고, 여자 배우로서 ‘이렇게 나한테 말해줬더라면’ 하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그냥 작은 것에도 고마워지잖아요. 저도 겪었던 고민들이 있어서 조언을 할 수도 있었고요. 그러나 수빈이가 잘해내고 있었어요. 수빈이는 정말 좋은 배우예요. 24살에 그런 연기를 한다는 게 놀라워요. 수빈이가 제 나이가 되면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대단해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깊이 있고 내공이 있고 색깔도 있어요.

Q. ‘역적’이 시국의 상황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이를 인지하고 있었나.
'드라마도 중요한 가치를 지향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메시지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배우로서 심장을 뛰게 했고요. 마지막 장면에는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엔딩으로 하셨어요. '정말 감독님이 짱'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다수의 민중들 없이 유지될 수 없듯, 드라마 역시 배우들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움직여서 만들어져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항상 있죠. 그걸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막내부터 감독님까지 허물 없는 포지션으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게 ‘역적’이었어요. 그런 마인드로 촬영했기 때문에 더 강렬하고 진실성 있게 메시지가 전달된 것 같아요.

Q. 여배우로서 역할이 좁다고 느낄 때는 없나.
요즘 여배우의 역할 작품이 많이 적어지긴 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버티는 시간이 중요해요. 기다리는 게 직업이니까요.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도 아깝지 않을 다음 작품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죠. 그런 기다림도 저의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와 채울지도 생각해봐야죠.

Q. 연기 외에 아티스트로서 어디서 영감을 얻나.
연기 외에 모든 방식으로 취하려고 해요. 보통 사람의 이하늬로서 영감이 되기도 하고요. 취미도 굉장히 많아요. 특히 여행은 진짜 많이 하려고 하고요. 편한 여행말고 고된 여행도 하려고 해요. 국경을 넘는 여행도 해보고요. 여행은 제 3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서 저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기도 하고요. 완전한 외국인으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기도 하죠. 그런 환경에 저를 노출시킬수록 성숙해가는 것 같아요.

Q. 이하늬에게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기는 몸 자체가 악기가 돼서 진실 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 에너지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연기가 저에게 너무 잘 맞아요.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더 매력있는 것 같고요. 여러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아낌없이 몸이 부셔져도 계속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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