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서출구 “가벼운 짐보다는 튼튼한 어깨”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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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두 번의 ‘쇼미더머니’ 도전과 ‘고등래퍼’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은 서출구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니앨범이 나오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복장을 찾은 서출구는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자,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들의 첫 걸음인 ‘코스튬즈(COSTUMES)’로 대중에 인사를 건넸다.

제니스뉴스와 서출구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새 앨범 ‘코스튬즈’ 발매를 기념해 만났다. 서출구는 근황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나름의 세계에 연루돼 있었어요. 계약 이야기도 있었고, 수많은 약속과 거짓이 있었어요. 비지니스에 미숙했던 시기라 생각해요. 그런 와중에 작업은 꾸준히 했고요. 작업이 불발된 경우가 많아서,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 외에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미드도 즐겨봤어요. 여행도 다녔고요.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거나, 자연을 보기도 하고요”

‘코스튬즈’는 서출구의 고민을 담고 있다. 화를, 때로는 우울함과 아픔을 입은 탓에 그동안의 못다 한 말들을 전했다. 음악뿐 아니라 사람과 감정에 대한 고뇌,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서출구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번 앨범에는 지금의 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해요. 타이틀곡은 4년 전에 썼던 노래고, 1년 전에 쓴 곡도 있고, 최근에 쓴 노래도 있어요. 그래서 음악적인 성향이 제 각각이에요. 앨범이 ‘코스튬즈’라는 제목인데, 옷 복장을 주제로 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옷도 입을 수 있고, 입어봤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는 옷을 입었으니, 이제 길을 나서겠다는 걸 알려주고자 했어요. 어떻게 보면 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어요”

타이틀곡 ‘새벽 네시’는 서출구가 4년 전에 쓴 노래다. 고민, 어려움을 주변에 털어놓기 어려워 혼자 고독함을 감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출구는 소통의 부재에서 느낀 감정들을 표현했다. 오래 전에 쓴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저에겐 애증의 가사들이에요. 힘든 시기에 쓴 노래거든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로 가사를 쓸 수 없지만, 당시의 이야기를 짚고 가고 싶었어요. 옛날의 저에 대한 피해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저한테 하는 위로의 노래예요. ‘그만 징징거리고 이제 가자’라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서출구는 확실히 자신에게 어울리는 복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제 하고 싶은 말을 차근차근 풀어갈 예정이다. 작은 단위보다는 큰 단위의 앨범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할 계획이고, 이전보다는 밝은 노래를 들려줄 생각이다.

“확실히 저의 복장을 찾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코스튬즈’엔 다 담지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말은 담겼지만, 앞으로 나가가고자 하는 방향은 담기지 않았거든요. 많이 변화된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또 작업하고 있어요. 이번엔 우울하고 몽환적이고 화가 나있다면, 이젠 조금 더 밝을 거예요. 그렇다고 말랑말랑하진 않고요. 씁쓸한 희망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최근 트렌디한 노래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색깔의 힙합을 들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힙합의 주제로 돈, 명예, 이성, 사회비판 등을 떠올린다. 반면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속 서출구는 강한 랩보다는 부드럽고 위트 있는 가사들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저는 힙합을 생각할 때 열망과 책임감을 떠올려요. 왜 사랑 노래가 힙합이 아니냐는 논쟁이 많았잖아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해줘 뿌잉뿌잉’이랑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어!’는 어감의 차이가 있어요. 후자가 열망이 담긴 메시지라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힙합이 저항의 메시지고, 누군가에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되겠죠. 전 그게 열망이라 생각해요. 힙합이 흑인문화로 시작했는데, 당시에 흑인들이 받았던 억압에서 더 나은 삶을 노래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돈, 명예를 노래하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람이 항상 화가 나있을 수는 없고, 반대로 항상 행복할 수 없잖아요. 저는 항상 감정에 솔직했어요. 화날 땐 화난 랩을, 우울할 땐 우울한 랩을, 기쁠 땐 기쁜 랩을 하는 거죠. 대중에게 부드러운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분명 있었고요. ‘투 레이트(Too Late)’나 ‘별’이라는 곡이 강해져야겠다는 느낌의 노래고 ‘새우잠’은 조금 우울한 곡이죠”

서출구는 “지금은 이미 변화돼 있기 때문에, 크게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마음으로 음악을 작업하고 있고, 더 강한 책임감으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서출구가 마인드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이유,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제가 힘들 때 주변에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가벼운 짐보다 차라리 튼튼한 어깨를 위해 기도하자’는 주의예요. 저의 짐을 누군가와 나눈다고 가벼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온전히 제가 견뎌냈을 때, 더 많은 걸 짊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힘을 내요. 혹독하게 자기를 괴롭히는 방식이죠. 누군가는 ‘나는 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버티지만, 저는 ‘나는 못할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서 보완하려고 해요.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걸 찾기 쉽더라고요. 스트레스도 원동력이 돼요. 오히려 스트레스 없이 행복할 때, 불안해지기도 해요. 태풍이 오기 전에 더 고요하다고 하잖아요”

서출구는 자신의 SNS 및 웹리얼리티 ‘출구는 없다’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출구 없는 서출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팬들에게 그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우선 앨범이 늦어져서 죄송해요. ‘언제 나올 거다’라는 헛된 약속을 여러 번 했었어요. 정말 과분하게도 옆을 지켜주신 팬분들이 있어요. 공연마다, 스케줄마다 찾아와주시고 편지도 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서출구를 좋아하는 게 새삼스럽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사진=서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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