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범죄도시' 윤계상 "첫 악역 장첸, 자랑스럽다"

201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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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경지유 기자] 매번 과감한 시도였다. 그가 선택하는 작품은 주로 무겁고 묵직했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가수 타이틀보다 배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렇게 윤계상은 13년 차 배우가 됐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남성 호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비스티 보이즈’와 철조망을 넘어 남북을 오가는 배달부 ‘풍산개’ 그리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소수의견’과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다룬 ‘죽여주는 여자’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런 그가 영화 ‘범죄도시’로 관객을 찾는다. 밑도 끝도 없이 잔혹한 윤계상 연기에 놀라고 이 스토리가 실화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윤계상은 이번 영화로 극악무도한 악역 장첸 역으로 파격 변신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수염과 머리를 기른 비주얼 쇼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조폭 두목보다 나쁜 놈이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윤계상을 만났다. 이번 작품을 통해 “흥행 배우 한번 돼보고 싶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던진 배우 윤계상과의 유쾌했던 인터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영화 평이 매우 좋다.
맞다. 주변 반응이 너무 좋아서 감사하다. 살짝 기대하고 있다. 하하. 저는 시사 전에 영화를 몇 번 봤다. 시사 때 처음 보면 긴장을 많이 하는데, 이번엔 몇 번 봤기 때문에 뒤에서 관객들을 지켜봤다. 핸드폰 불빛이 나오지 않았다(웃음). 관객들의 집중도가 높은 것을 보고 ‘영화에 매력이 있구나’ 싶어 만족스러웠다.

이번 영화 후기 중에 잔인했다는 평이 많다. 사실은 더 잔인했는데 편집이 많이 됐다. 더 잔혹해도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지금도 충분히 무섭다는 평이 많았다.

Q. 첫 악역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악역이 안 들어왔다. 그런데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승우를 보고 캐스팅 제안을 주셨다. 승우도 절망에 빠진 청년으로 어두운 면이 엄청났던 친구다. 아, 그때도 사람을 죽였다(웃음). 승우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하면 새로운 장첸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촬영을 결심했다.

사실 장첸은 모든 배우가 탐낼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백지상태의 인물이었는데 ‘악’이라는 뼈대가 너무 확실해 살을 붙여나가기 좋은 캐릭터였다. 머리도 기르고, 수염도 기르고, 러시아 장교 같은 코트와 워커까지 장첸의 콘셉트를 잡고 구체화시켜 나가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Q. 장발 장첸은 정말 비주얼 쇼크였다.
하하. 그렇다면 성공했다. 첫 등장부터 장첸에 몰입감을 주고 싶었다. 머리를 기른 것도 제 아이디어다. 어릴 때 귀신 영화와 ‘전설의 고향’을 무서워했다. 머리 풀어헤친 장발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더 무섭고 공포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서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될 수 있었다.

Q. 마지막 화장실 신이 기억에 남는다.
몇 달을 장첸으로 살다 보니 그 촬영 때는 정말 장첸이 된 것 같았다. 그 화장실 신에서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었다. 액션 감독님이 “유리조각을 잡아”라고 말씀하시면 속으로 ‘잘 됐다’ 싶었다(웃음). 그날은 정말 온 힘을 다해 장첸스럽게 연기했다. ‘어차피 질 거니까’라는 마음과 정말 장첸처럼 ‘욱’하는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다.

마지막 장첸이 ‘어떻게 잡혀야 되나’를 고민했다. 이 정도 센 놈이면 쉽게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는 궁지에 몰린 동물이 지르는 비명처럼 절실함과 짜증을 담아냈다. 중국에서 가장 심한 욕을 던졌다.

Q. 연변 사투리와 중국어까지, 연습이 많이 필요했을 텐데.
연변 사투리는 두 달 정도 공부했다. 수위 조절이 관건이었다. 사투리가 강하면 너무 연기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장첸 보다 사투리만 들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순화 작업을 하는데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중국어도 너무 어려웠는데 근데 욕은 너무 쉬웠다(웃음). 언어는 욕이 제일 쉬운 것 같다. 하하. 아, 그리고 열심히 연습했던 것 중 하나는 똥 머리다. (시범을 보이면서)이렇게 동그랗게 말아서 쏙 넣는 연습을 많이 했다.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장첸 분장만 하면 모두 무서워했다. 하하. 코트가 정말 컸고, 또 5kg 정도 찌워 덩치도 커 보였다. 그리고 양태랑 위성락까지 등장하면 더 그랬다(웃음).

사실 촬영 현장이라는 게 예상치 못한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다. 촬영 감독님이 “이거 필름 아니다. 막 찍어도 된다”고 할 정도로 리허설을 4번 이상하면서 합을 맞췄다. 그리고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모든 배우가 정성을 들여 매 신을 찍었다. 어떻게 모두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모두 열심히 했다. 우리가 열심히 하니 스태프도 리허설을 집중해서 보고, 더 좋은 앵글을 찾으시기 위해 회의하면서 동선을 완벽하게 짜주셨다. 이런 모든 것들의 합이 완벽하게 잘 맞았다.

Q. ‘킹스맨: 골든 서클’, ‘아이캔스피크’,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작품과 맞붙는다.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는 영화지만, ‘범죄도시’는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다. 롤러코스터는 짜릿하고 무섭지만 감정의 기복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우리 영화가 잔인하지 않고 밋밋했다면 통쾌함이 줄어들었을 거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 코미디 영화를 추천하지만, 재미와 함께 시원함과 통쾌함을 원한다면 ‘범죄도시’가 1순위지 않을까 싶다.

Q.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히려 지금 20대 분들은 배우로 알아봐 주신다. 그렇지만 그보다 연령대 높은 분들은 아직도 god로 봐주시는 분들도 많다. 처음에는 ‘나를 왜 배우로 안 봐주시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점점 저의 연기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고, 나 역시 god의 모습을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배우라는 타이틀 보다 ‘내가 연기하는 게 좋으면 됐지’ 라고 마음을 바꿨다. 그래도 결국 장첸 같은 역할이 찾아왔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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