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일본저격수? 대한민국 배우로서 해야 할 일"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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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듯 대한민국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지난 6월 독립 투사 박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열’로 과거 일제에 일침을 던졌던 배우 이제훈이 이번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품에 안았다. 직접적으로 일본에 맞서 싸웠던 ‘박열’과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속 깊은 공무원을 연기했다.

일제를 겨냥하는 공통점이 있으나 두 캐릭터는 매우 다르다. 이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열은 말 안 듣고 일제에 강력히 대항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라면, 박민재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매우 딱딱한 사람이다. 이 두 인물을 연기한 이제훈이지만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았다. 이 또한 이제훈의 매력일 것이다.

매번 새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는 이제훈을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니스뉴스가 만난 이제훈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한 사람이었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는 이제훈과 나눈 훈훈한 이야기, 지금 공개한다.

Q. 다루기 힘든 주제인데, 작품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나?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내용은 좋았지만, 이 소재를 우회적으로 다뤄 왜곡되거나 직접 겪으신 분들의 감정을 훼손할까 걱정 됐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의 자세가 진중했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Q.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을 하면서 부담이 있을텐데.
일단 배우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실 역사적인 일들과 해결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외국 분들이 제대로 알고 계신지’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외국 팬 분들께 제대로 설명할 수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나문희와 호흡은 어땠나?
저는 보통 어떤 신에는 감정을 드러내고, 어떤 신은 감추고 등 계획을 짠다. 그런데 선생님과 만나면 이 모든 게 필요 없었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촬영장이 너무 좋았다.

Q.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이 있다면?
옥분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민재에게 내줬는데, 실수로 파쇄했다는 말을 듣고 민재를 다그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민재가 옥분에게 상처를 주는데, 당시에 한 대 딱 맞고 정신 없는 상태에서 대사를 쏟아내서 대본에 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 걱정이 됐다. 그래서 감독님께 “이렇게 해도 괜찮나요?”하고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괜찮다. 상관없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그 장면은 마음이 아팠다.

Q. 영화 중간에 옥분과 민재가 뜬금없이 아재개그를 한다.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그 부분은 김현석 감독님의 각색을 통해 탄생한 장면이다. 그런데 제가 너무 담백하게 소화한 것 같다(웃음). 제가 나이가 들다 보니까 '이제는 아재개그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에게 지탄받았다(웃음). 그래서 ‘나도 젊은 친구들하고 어울리려면 아재 개그를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말을 아낀다(웃음).

Q. ‘아이 캔 스피크’와 ‘박열’ 포스터를 보면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이제훈의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
일단 촬영할 때는 스스로 긴장도 하고 원칙을 스스로 많이 지키려는 타입이다. ‘아이 캔 스피크’의 박민재 같은 성격이랄까?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이제훈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다. 평소에는 옷차림에 개의치 않지만 일할 때는 정말 멋져 보이고 싶다. 이런 모습은 비밀이었는데 ‘삼시세끼’를 통해 너무 드러내 버렸다. 시청자 분들의 환상을 다 깨버린 것 같다.

Q. 데뷔 10년 차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의미 깊은 작품은?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처음 장편 영화 주연을 했던 ‘파수꾼’이 첫 번째로 생각난다. 그 작품을 보고 저를 좋게 봐주셨던 장훈 감독님의 ‘고지전’, ‘파수꾼’과 ‘고지전’을 보고 캐스팅된 ‘건축학개론’까지 모두 의미있다.

드라마로는 ‘시그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제가 데뷔는 늦었지만 활동을 열심히 했고, 제대 후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작품 하나하나 소중하다. 지금까지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앞만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주위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보려 한다.

Q. 올 한해 동안 드라마 ‘내일 그대와’, 영화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까지 정말 열심히 달렸다. 지금 이 시기가 앞으로의 활동에 어떤 때라고 생각하나?
정말 쉴 새 없이 달렸다. ‘내일 그대와’에 이어 ‘박열’을 찍고 바로 ‘아이 캔 스피크’를 만났다. 개인적인 일상 생활보다는 촬영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삶이 채워졌지만, 체력과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다. 그래서 쉬고 싶지만 그 작품들을 통해 느꼈던 행복이 있기에 놓칠 수 없었다. 작품을 통해 힘들고 소진되었다는 마음보다는 '사랑 받았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Q. 이제훈에게 영화란?
피곤하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좋은 영화를 보면 얻는 기운이 크다. 또 영화를 보면 좋은 작품에서 연기에 대한 열망을 키울 수 있다. 아직도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이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다. 영화에 대한 꿈을 끊임없이 꾸고 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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