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김선아, "복자의 욕망? 살기 위한 몸부림"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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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성지수 인턴기자] "이 세상에는 악역이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 복자를 봤을 때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세상에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상대적일 뿐,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 그 사람이 그 행동을 했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너그러운 여유가 있어야 한다.

김선아는 그렇게 복자를 받아들였다. 복자는 처절하게 가난했던 과거를 숨기고 상류사회에 진출하며 인간의 탐욕과 파멸을 보여준 인물이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화려한 인생을 영원히 즐길 것만 같았지만, 외로움의 반복과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김선아는 10살의 소녀 박복자부터 마음에 품었다.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이뤄진 제니스뉴스와 김선아의 만남은 "아직 실감이 안 나요"라는 애교 섞인 말투로 시작됐다. 하지만 김선아는 복자에 관한 이야기할 때면 종종 눈시울을 붉혔다. 사전제작 드라마였기에 이미 복자를 떠나보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시청자로서 복자를 받아들였고, 촬영 때의 감정이 되살아 났던 김선아였다.

"드라마 종영은 엊그제 했지만 사전제작 드라마라 촬영은 2월에 끝났어요. 미리 촬영을 마쳤어도 내레이션 녹음, 포스터 촬영, 제작발표회 참석, 그리고 방송도 시청자 마인드로 시청해서 ‘품위있는 그녀’ 드라마를 꽤 오래 했다고 느껴요"

복자는 그토록 갈망하던 상류층에 입성하지만, 결국 과도한 욕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복자의 악행은 미움과 증오보다는 연민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복자를 받아드리는 과정은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제가 처음 만난 복자는 악한 여자가 아니었어요. 복자는 누굴 죽이려고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이 없어요. 다만 자신의 야망과 목표를 가로막는 것들을 쳐내고, 해치긴 했죠. 하지만 그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어요.

복자에겐 사연이 있으니까요. 이 세상엔 악역이 없다고 생각해요. 10살 여자아이가 인형 하나 갖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나 갖고 싶은 욕망 때문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어요. 분명 따뜻한 소녀였었죠. 누군가가 똑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해서 비뚤어진 사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만약 누군가가 그 아이를 잘 인도해줬더라면 똑바른 길로 걷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랬다. 복자가 진정으로 원한 건 돈과 권력이 아닌 작은 사랑과 관심이었다. 그래서 우린 복자에게 공감하고 연민했다. 김선아 역시 "복자가 안태동(김용건 분)에게 돈으로 접근했지만, 회장에 대한 마음은 가짜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복자에게 안태동은 어쩌면 기대고 싶었던 아빠였을 수도, 친구였을 수도 있죠. 그래서 복자는 안태동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 받고 싶었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느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복자는 태생적으로 혼자였고, 늘 외롭게 커왔잖아요”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복자는 안태동을 배신하고 홀로 호텔방에 머무른다. 하지만 안태동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과연 복자의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제가 연기하면서도 복자의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물음표를 두고 많이 고민했어요.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복자가 내뱉은 많은 말과 행동 중에는 분명 진심이 담겨있었어요. 복자의 멈춰버린 10살로 되돌아가면 알 수 있어요. 왜 매일 혼자 방황했고, 안태동의 돈을 다 가로챈 후 두려움과 외로움에 사로잡히고, 또 왜 우아진(김희선 분)의 완벽한 삶을 동경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김선아는 복자에 대해 회상할 때마다 머뭇거리곤 했다. 특히 안쓰러웠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아직도 김선아에겐 복자에 대한 해소되지 못한 큰 연민처럼 보였다.

1996년 데뷔 이후 대한민국의 톱 배우로 살아온 김선아다. 그 누구보다 많은 시선을 받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느꼈을 '품위'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드라마 끝부분에 풍숙정에서 만든 김치가 결국은 조미료 맛이었다는 비밀이 밝혀져요. 상류층 사람들이 즐겨 먹던 풍숙정 김치가 알고 보니 조미료 덩어리라는 사실은 꾀나 충격적이었어요. 같은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떻게 먹느냐,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대단한 걸로 보여질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거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드라마는 흔히 먹는 김치가 급에 따라 다르게 포장되는 모습으로 품위를 설명했어요. 상류층 사람들이 비싼 값 주고 사먹는 걸 똑같이 사먹으면 스스로가 상류층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이게 품위가 아닐까요"

극 중 복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생의 사치를 즐기며 화장실에서 목 놓아 우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결핍과 품위라는 것을 상반되게 그려냈다.

"어쩌면 복자에게 품위는 진심에서 나오는 따뜻한 웃음일 수 있어요. 복자에게 절실했던 건 따뜻한 가정과 사랑이에요. 이 드라마가 여러 시각에서 품위를 생각해보게 한 것 같아요"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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