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인, 영화감독이 되다'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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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많은 이들이 여름 극장가 대전의 구도를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대결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언론에선 또 하나의 다크호스를 뽑았다. 바로 '청년경찰'이었다. 언론시사 전부터 영화가 잘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고, 시사회 도중엔 기자들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언론시사회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웃음 담긴 한국 영화였으며, 박서준과 강하늘의 브로맨스가 보기 좋았다. 상업영화의 제 1 미덕인 '재미'가 담긴 영화였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주환 감독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이름과 직급을 호명하며 반가움 섞인 인사를 전했다. 이제야 첫 상업 영화를 내놓은 신인 감독으로서는 다소 힘들 일이다. 하지만 김주환 감독의 독특한 이력을 감안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국내 4대 영화배급사인 쇼박스의 홍보팀으로 생활하며 영화 쪽엔 꽤 오랜 시간 깊숙이 발을 담갔던 '영화인'이었다.

그런 김주환 감독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미 기자들과는 안면이 있는 김 감독이었으나, 감독 대 기자로 나서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조금은 떨릴 수도 있었겠으나 김주환 감독의 얼굴은 밝았고, 분위기 또한 영화처럼 유쾌했다. 아마 영화에 대한 호평에 따른 자신감과 영화인으로 보냈던 시간이 선물한 익숙함 덕분이었을 터다.

반응이 너무나도 좋다. 예상했는지?
아니다. 워낙 대작들이랑 붙기 때문에 오히려 겁내고 있었다. 언론시사랑 일반시사 반응을 보고 나서야 잠을 잤던 거 같다. 솔직히 압살될 거라 생각했는데 의도했던 웃음들이 살아났다고 하니까 다행이었다. 일반시사 당시 여자관객들이 어마무시했다. 600석이 매진인데 남자 10명도 안 됐던 것 같다. 그들마저도 자발적으로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박서준, 강하늘이 정말 난리도 아니다.

언론시사 때 영화 상영 도중 박수가 나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언론시사를 많이 봤다. 그런 반응을 본적이 없었다. ‘추격자’ 때 이후 그런 반응은 처음인 것 같다. 무엇보다 기자님들이 웃었다는 게 다행이다.

언론시사 이후 기자간담회 자리도 신선했다. 기자들의 직급을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예전부터 기자간담회 자리가 사무적인 자리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니까 그리 호칭하는 게 맞다고 봤다. 전 홍보팀 시절 때 기자들을 상대하며 정말 좋았다. 아시다시피 홍보 바닥은 갑을의 위치가 정확한 곳이다. 그런데 제가 쌓아왔던 인연은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전 꿈이 영화감독이었으니까, ‘나중에 내가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가면 이런 그림을 그려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면 긴장도 덜할 것 같았다.

제작보고회 때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땐 너무 조명이 세서 그러질 못했다. 그런데 언론시사 땐 기자님들 얼굴이 보이면서 ‘아 내가 꿈꾸던 자리에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제가 참석했던 수많은 언론시사회를 보면 질문이 안 나오는 시사도 정말 많았다. ‘내 영화에 관심이 있으시구나’ 싶어서 감사했고, ‘성실히 답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청년경찰’의 시나리오는 언제부터 썼는지?
제가 2013년 10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시나리오만 보면 3년 반 정도 썼다. 정말 죽어라고 썼다. 대략 20고 정도 갔었던 것 같다. 기획부터 하면 그 전이었던 것 같다. 기획 때부터 경찰대라는 소재를 막연하게 머리 속에 넣고 있었다. 대학생이란 우리 사회에서 미생의 상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작은 영화시장에서 입봉 감독이 할 수 있는 소재가 그리 많지 않다. 예산의 제한 때문이다. 결국 조폭 아니면 경찰이었고, 코미디였다.

감독 데뷔 스토리가 화려하다. 우선 명문대 유학파로 시작된다.
유학은 중학교 2학년 때 갔다. 유학 이유는 ‘디즈니에서 만화를 그리고 싶다’라는 꿈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 전공을 외교학을 선택하면서 그 꿈을 돌아가게 됐다. 명문대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 학교엔 각 나라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 다 모여있었다. 전 따라갈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졸업 후엔 이미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손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망은 계속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쇼박스에 들어갔다.
원대한 호기심 속에 영화를 하고 싶은데 제가 가진 나침반이 없었다. 그 와중에 홍보팀에 자리가 난 거다. 사람들이 저보고 “은수저, 금수저 아냐?”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쇼박스 때도 “누구 백으로 들어간 거야?”라는 말도 있었다. 경쟁률이 900:1이라고 했다. 면접 인터뷰도 3차까지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일을 하다 결국 메가폰을 잡게 됐다.

영화배급사에서의 시간이 영화감독으로서 자양분이 됐을까?
당연하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방법을 배웠다. 특히 기자님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어쩌면 갑을 관계로, 어쩌면 형식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사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제게 너무 잘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회사를 나와 영화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하하. 돈이었다. 3년 동안 퇴직금을 전부 써버렸다. 그 이후 돈을 못 버니까 당연히 문제가 생겼다. 글을 쓰려면 카페에 가야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부담이 됐다. 홍보팀에 있었다 보니 돈 씀씀이가 컸다. 그런데 커피 한 잔에 4000원과 2000원의 차이가 크게 다가온 거다. 데이트도 쉽지 않다 보니,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부분도 생겼다.

그럼 영화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캐스팅이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투자 및 배급과 관계를 맺다 보면 자기 색이 변하게될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롯데에 너무 감사하다. 소통이 잘 됐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즐거웠다. 다른 사람들은 영화 한 편 하고 나면 데미지도 있다는데, 전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영화 다 마치고 1주일 있으니까 또 찍고 싶어졌다.

‘청년경찰’은 뭐랄까? 대사부터 분위기까지 요즘 아이들 느낌이 있다. 아재 감독(1981년생)으로서 트랜드를 캐치하기가 힘들지 않았나? 이를테면 줄임말 같은 신조어?
하하. 줄임말 같은 건 잘 모른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많이 의지 했다. 요즘 신조어를 괜히 제가 썼다간 오래된 아재 느낌이 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박서준 씨가 그런 감각이 좋다. 트랜드를 열심히 탐구하는 거 같다. ‘오버워치’ 게임을 하는데도 상대방과 언어적으로 지지 않는다. 분명 신조어인데 다 알아듣고 있다.

맞다. 배우들과 첫 미팅 때 PC방 가서 ‘오버워치’를 했다고.
제가 약간 반항적인 기질이 있다. 이를테면 반골인 거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본 리딩이 이 영화에 맞을까?’ 싶었고, ‘우리끼리 친하게 지내보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 차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술은 그렇게 많이 마시진 않았다. 커피를 주로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오버워치’의 경우, 이 게임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영화에서 더 많은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았던 분위기가 영화에 그대로 살았다. 브로맨스가 중요했던 영화니까 결국 핵심을 잡은 거다.
배우들이 신인 감독을 많이 보호해준 것 같다. 여러 일이 생길 수 있지만 서로 믿어줬다. 유머 같은 경우도 짝패의 호흡에서 나와야 했다. 관습적인 걸 피하고, 아이러니를 적극 이용하려고 했다. 불쑥불쑥 나오는 재치가 있어야 살아있는 유머가 됐다. 애드리브도 좋았다. 특히 마지막 쿠키영상의 경우 정말 쉬지 않고 애드리브가 쏟아져 나왔다. 액션도 리얼리티가 중요했는데, 배우들이 잘 살려냈다.

이제 막 입봉한 감독에게 묻기엔 이르지만, 그리고 있는 차기작은?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퇴마 느와르다. 웃음이 있는 영화도 좋지만 무서운 이야기도 좋아한다. 굉장히 무서울 거다.

끝으로 충무로에 나서는 감독으로서의 출사표를 전한다면?
영화 현장이란 결국 죽으러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안이하게 생각하고 가면 100% 박살 난다. 아니면 다른 누군 고생을 한다. 특히 연출은 더 괴로워야 한다. 더 생각해야 한다. 그 마음을 잃으면 안 된다. 자만하는 순간 누군가가 그 대가를 지불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계속 채찍질을 해나가겠다.


사진=권구현 기자 kv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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