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 "처녀-결혼-엄마 그리고 40대 김희선"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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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성지수 인턴기자] 김희선의 매력은 강렬하다. 아름다운 미모뿐 아니라 우아한 연기력 그리고 재치있는 입담까지, 김희선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개국 최고 시청률 12.7%를 찍고 품위있게 종영했다. 그 중심에는 배역 이름처럼 우아했던 김희선이 있었다. 인생 캐릭터 ‘우아진’을 만난 지금이나, 22년전 데뷔 때나 아름다운 외모부터, 유쾌하고 솔직한 성격까지 다름이 없는 김희선이다. 단지 지금은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일을 바라 보는 그의 시선이었다.

요즘 말로 프로의식이 ‘1도 없었던’ 10대에서, 스스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칭찬받는 것이 즐거웠던 20대,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책임을 마음 깊히 가져야 했던 30대를 거쳐,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과 작품으로 40대를 꾸미고 싶은 여성으로 거듭났다.

올 여름 품위있는 존재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김희선을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영원히 우아할 것 같은 김희선과의 유쾌했던 시간들을 이 자리에서 전한다.

Q. '품위있는 그녀' 케이블 드라마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는 종편 시청률을 잘 모르는 세대다. 공중파에서 연기했을 때는 첫 회만 해도 10%를 거뜬히 넘겼다. 그래서 ‘품위있는 그녀’ 첫 회가 2% 나왔으니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첫 방송에 저 정도면 선방한 거라는데, 사실 기분은 좋지는 않았다. 지금 세대가 아니기에 이해를 못했다. ‘짐이나 싸자, 식당이나 해야겠다’ 등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드라마 화제성이 좋아도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안타깝고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종편 시청률에 적응됐고 시간이 거듭날수록 점점 올라가서 다행이었다.

Q. '품위있는 그녀’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드라마 ‘앵그리맘’을 할 때 백미경 작가를 만났다. 그때 작가님께서 ‘희선씨를 위해 우아진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제가 캐릭터를 소화 못해서 서로 도움이 안될 것 같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맞는데, 우아진은 저와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비슷했다.

사실 처음엔 재미있는 복자가 마음에 들었다. 화끈하게 소리 지르고, 사건도 많고 다양한 설정이 많았다. 반면 우아진은 평점심 유지하고, 편안하고, 감정 표현 안 하는 심심한 스타일이었다. 복자가 더 욕심났지만 작가님께서 "제발 날 믿어라, 나중에 재미있어질 거다"라고 해 그 말을 믿고 드라마를 시작했다. 결국 작가님 말이 맞았다. 저를 염두해두고 글을 써주신게 너무 고맙다.

Q. ‘우아진’의 사이다 연기에 연일 호평이 쏟아졌다.
최근 ‘나이 들었는데 연기 잘하시네요’ 이 소리를 들었다. 나이가 연기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나이 들었는데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저한테는 ‘결혼 후 애 낳고 연기를 잘한다’는 걸로 들린다. 사실 제가 딸에게 연기를 배운건 아니잖아요. 하하. 거꾸로 ‘못생겼는데 글 잘 쓰시네요’ 이렇게 묻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 제가 느낀 거랑 똑 같은 기분일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데 연기도 잘하시네요’ 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

Q. 결혼 이후 계속 엄마 역할을 해왔다. 김희선에게 엄마 역할은 어떤 의미인가?
자식이 있는 엄마 역할에는 경험만 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처녀 때 미혼모 역할을 맡아도 겉으로는 연기하지만 진정성있게 못한다. 직접 겪고 나서 연기하는 거랑 겪지 않고 하는 거랑은 천지차이다. 지금 그 역할을 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

엄마가 됐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김희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역할이니까 컨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가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통해 내 안에 있는 것을 보여줄 것이 많아진 것이다. 20대때는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보여줄 연기가 제한됐었다. 지금은 어른들과 관계도 맺고, 힘든 자리에도 참석하고 몰랐던 경험들을 겪고 시야를 확대하면서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들이 많아졌다. 없는 것을 끄집어 내는 것은 사실 힘들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니까 연기를 통해 쉽게 표현했던 것 같다.

Q. 과거 ‘청순’하면 김희선이었다.
그 당시 청순 가련한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성공 못했다. 하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채 아련한 표정을 짓고, 달려가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뒤돌아 볼 때는 꼭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는 청순한 모습이 모두 한결 같았다.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하면 촌스러워서 못한다.

Q. 재미있게 말씀을 잘하신다. 원래 입담이 좋았나?
제가 막말을 잘해서 웬만하면 매니저가 인터뷰를 안 잡았다. 하하. 일일이 기자들에게 ‘잘 부탁 드립니다’가 아닌 ‘제발 쓰지 말아주세요. 걸러주세요’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사실 너무 판에 박힌 이야기, 제 이미지만 생각해서 얘기하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다들 제가 술 좋아하는 거 아는데 ‘술 못마셔요’ 이러면 누가 또 저를 보러 올까 싶다. 제게 있어 솔직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Q. 배우 안 했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인가?
술을 좋아해서 술집을 했을 것 같다. 제 공간에서 술도 마시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과 미련은 아직도 있다. 와인바도 운영하고 싶지만 제가 술을 다 마실까 봐 걱정된다. 저만 마셔도 가계 매출의 본전은 뽑을 것 같다. 하하. 그리고 백미경 작가의 보조작가 일도 욕심난다. 워낙 작가님이 보조작가 안 쓰기로 유명한데, 이번 ‘품위있는 그녀’의 몰입도 높고 반전 스토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또 같이 일하고 싶다.

Q.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발자취는 어땠는가.
10대에는 프로 의식이 1도 없었다. 학교에 나가기 싫어서, 귀밑으로 머리 자르기 싫어서 오히려 방송을 했다. 이런 이유도 있었지만 방송국 가면 서태지 오빠를 보는 재미가 더 솔솔 했다. 20대에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열심히하니까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시면서 칭찬도 해주시고, 어디 가면 반찬도 더 주셨다. 조금 노력하니까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노력하면서 즐겁게 일했던 것 같다.

30대에는 결혼, 임신, 출산의 기억이 가장 강하다. 결혼하고 신혼을 즐기다가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4살까지 키우고 방송을 시작했다. ‘앵그리맘’으로 복귀해서 교복도 입어보고, 고등학교에도 가보고, 17살 딸도 가져보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 이민호도 만났다. 어찌나 잘생겼던지. 결혼하고 6년이나 쉬고 나왔는데도 잘생긴 민호랑 키스신도 하고, 호흡도 맞췄다. 스스로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하.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말 버라이어티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40대에 ‘우아진’을 만났다. 처녀, 결혼, 엄마라는 굵직한 변화를 겪고 지금의 제가 됐다.

Q.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너무 뻔한 역할을 피하고 싶다. 주부 역할을 맡았다고 갑자기 액션을 펼치거나 추리물을 소화하는 형사처럼 뻔한 반전이 있는 역할은 안하고 싶다. 40대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역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 제가 무슨 역할을 하고 싶은지는 품위있는 그녀’가 끝나는 날 생각해볼 거다. 마지막 방송이 있는 날 저는 ‘섬총사’ 촬영을 위해 섬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나 혼자 자기 전, 카메라가 다 꺼진 조용한 밤에 생각해보려고 한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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