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브이아이피’ 장동건 “느와르 영화보면 카타르시스 느껴요”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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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연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25년이 됐다. 다수의 작품 활동을 했고 ‘대표작’이라 불리는 작품도 많다. 대중이 그간 생각해오던 장동건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잘생긴 외모, 반듯하고 댄디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였다.

그런 장동건이 여유와 위트를 입고 대중에 더 친근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잘생긴 건 알고 있는데, 착한 이미지까지 있을 줄 몰랐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비록 이번 영화 ‘브이아이피(V.I.P)’에서 장동건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제니스뉴스는 장동건과 ‘브이아이피’ 개봉을 앞두고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2014년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영화로 대중 앞에 서게 된 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25년째 활동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긴 하다. 이제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며 말문을 열었다.

“요즘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감독님, 재밌는 시나리오, 하고 싶은 캐릭터 등에서 끌리는 점이 있을 텐데요. 예전엔 70이 좋고, 30이 걸리면 30을 더 크게 생각해서 고사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냥 70이 좋으면 그걸 보고 작품을 선택해요. 그렇게 마음이 바뀌게 된 이유는 25년간 작품 수가 적었다는 것과, 그렇게 신중하게 선택한 작품이 다 잘 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어서예요(웃음). 이젠 좋은 점이 많으면 도전해보자란 쪽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영화다. 장동건이 ‘브이아이피’를 선택한 70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이전 기준으로 했어도 선택했을 것 같은 영화예요. 시나리오를 딱 한 번 읽고 덮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스토리가 재밌기도 했지만, 박재혁 캐릭터가 두 가지 모습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필드에서 뛰는 모습과 사무직을 할 때의 모습이 있다는 게 끌렸어요. 네 명의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영화가 진행되면서 변화가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이 작품을 박훈정 감독님이 한다는 것도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장동건은 은폐하려는 자, 미국 CIA로부터 북한 고위층 VIP 김광일을 넘겨받은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박재혁은 혼란스러운 남북관계 속 국가 권력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필드에서 요원으로 뛰며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보수적인 조직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일상적인 회사원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박재혁이 첩보원일 때는 날렵한 이미지를 보여줬어요. 사무직일 때는 욕심을 덜 부렸죠. 조직에 속한 공무원 정도의 느낌으로 설정했어요. 아무래도 여러 명의 배우가 나오니까 욕심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다른 인물들은 목적의식이 뚜렷한데 박재혁이라는 인물은 심적인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감정을 보여줘야 할 것 같고, 반응해야할 것 같은 그런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감정을 빼자고 했어요. 그래야 뒷부분에 반전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요. 처음엔 그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하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박재혁이 변화된 이유에 대해선 관객들이 해석할 수 있게끔 열어뒀다. 장동건은 변화된 박재혁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을지 궁금했다.

“박재혁은 정의감이 없는 게 아니라 애써 누르고 사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어요. 회사에선 좋은 회사원으로, 임무에 충실하려고 하고 출세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죠. 애초에 필드 요원이면서도 사무직으로 편하게 가고 싶어 했어요. 김광일 사건을 처리하면서 승진했고, 거기에 문제가 생겨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썼던 거죠. 현실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도 채이도, 리대범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어요. 대립은 하지만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동질감도 느꼈을 거예요. 저는 끝까지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일 처리를 하고, 폴과 나누는 대사를 보면서도 뭔가 폭발하는 게 아니였어요. 그냥 끝까지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같았고요. 통쾌하거나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회사원의 감정 정도였던 것 같아요”

영화 이야기를 할 땐 진지하다가도 외모, 가족, 다른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다시금 위트 있는 사람을 변하는 장동건이었다. 연기 활동을 하면서 딱 한 번의 슬럼프를 겪었다는 장동건은 ‘7년의 밤’을 촬영하면서 이를 극복, 조금은 편하게 대중에 다가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다짐을 했다.

“슬럼프가 처음이었어요.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처음에는 매너리즘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렸어요. 연기가 재미없고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남들이 재밌다는 영화 이야기를 해도 보는 것도 싫었던 시기였어요. 자기애도 없어지고 나한테 관심이 없어지고요. 결국 일은 일로 풀어야하더라고요. ‘7년의 밤’을 촬영하면서 다시 되찾기 시작했어요. 또 다시 내가 새로워질 수 있겠구나, 흥미를 가져도 되겠구나 하면서요. 지금은 아주 또 제 스스로가 멋있어지기 시작했어요(웃음). 예전엔 제가 진지하게 찍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 거라는 소심한 마음도 있었어요. 이젠 대중과 25년이 됐고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오해의 여지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조금 편하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흥행 여부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장동건은 “멀티 캐스팅이라 그런 부담감은 줄었다”고 말했다. 부담을 배우들이 나눠가지면서 더욱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장동건의 말이다. 그러면서 장르적인 특성상 ‘좋다 혹은 싫다’로 나뉠 수 있지만, ‘좋다 혹은 나쁘다’로 나뉘진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영화가 완성도 면에서 나쁘지 않아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층에게 재밌게 보여지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느와르 영화에 끌렸어요. 왜 좋을까를 생각해보면, 호불호도 남자가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우울한 노래를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처럼, 어두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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