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인터뷰] '챔피언' 권율 ① "남북한 손잡은 날, 우리 영화도 손잡는 영화"

2018-05-04
조회수 31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날짜가 잡히면, 그에 앞서 언론시사가 열린다. 이후 개봉일과의 간극에 여러 홍보 프로모션이 이어진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결국 영화 홍보가 주된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니스뉴스와 배우 권율이 만난 날은 인터뷰로 영화를 홍보하기엔 썩 좋은 날은 아니었다. 바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던 역사적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벤트에 묻힐 수 밖에 없는 영화 이야기였다.

허나 역시 권율은 달랐다. 평소에도 유쾌한 매력을 선보이는 배우인 만큼 "제가 봐도 이 인터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라며, 웃어제꼈다. 하지만 이내 "우리 '챔피언'도 손을 맞잡자는 의미, 그리고 손을 맞잡는 팔씨름을 그린 영화인데, 남북한이 손을 잡고 있으니 영화에 더 좋은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나 권율은 말을 정말 잘하는 배우였다.

그렇게 역사적이었던 지난 4월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권율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권율이 이번에 '챔피언'에서 연기한 역할은 '진기'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 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팔씨름 대회에 도전하는 '마크'(마동석 분)의 절친한 동생이다. 어쩔 때는 '마크'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가도, 돈을 더 밝히기도 하는, 그리고 마음 속엔 짠내 나는 사연까지 담고 있는 그런 인물이다.

영화 '챔피언'과 '진기', 그리고 배우 권율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찡한 마음으로 봤다. 하지만 배우다 보니 제 연기의 아쉬운 연기도 보였다. 반성의 시사회였던 느낌이다.

늘 해왔던 연기인데 무엇을 그리 반성했을까?
코미디 연기가 참 어렵다.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니 스포츠에 비유를 하자면, 배구할 때 스파이크를 세게 쳐야 하는 순간에 톡 하고 건드려야 페이크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페이크를 넣으려면 가장 센 스파이크도 칠 줄 아는 선수여야 한다. 코미디 특유의 호흡과 템포를 살리려면 그걸 뛰어넘는 연기를 할 줄 알아야 가능하다는 걸 배웠다.

아니다. ‘최악의 하루’의 연기를 보고 정말 많이 웃었다.
‘최악의 하루’는 제가 웃기기 보단 상황이 웃겼던 거다. 하지만 ‘챔피언’은 대사 혹은 저의 퍼포먼스가 요구됐다. 그래서 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드라마 ‘귓속말’에서 악역을 했을 때 보다 많이 웃으면서 연기했을 것 같다.
연기는 다 재미있다. 그리고 다 힘들다. 하지만 ‘귓속말’ 때의 무거운 캐릭터 보다는 웃음이 많이 나왔던 것도 맞다. 그리고 서로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많았던 것 같다. 서로 의견을 내고, 그걸 수렴하고,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선한 역할과 악한 역할, 어떤 역할이 더 힘들었는지?
둘다 힘들다. 그래도 각자의 매력이 있다. 특히 악역은 평소에 제가 안 해도 되는 말, 혹은 화를 표현할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번 ‘챔피언’의 ‘진기’ 같은 역할은 내 자신을 계속 업시키고 있어야 해서 즐거웠던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챔피언’은 기획단계부터 마동석 씨가 중심이 돼 움직였던 작품이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우선 팔씨름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했다. 그리고 마동석 선배가 팔씨름을 한다는 건 제가 관객이라도 보고 싶을 설정이었다.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진기’라는 캐릭터도 아버지와의 드라마 라인이 있다. 나아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간다는 게 좋았다. 가장 진폭이 있는 캐릭터였다.

‘챔피언’은 ‘마크’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의 교감을 그린다. 하여 ‘마크’와 ‘진기’의 관계가 중요했다. 마동석 씨와는 ‘비스티 보이즈’ 때부터 연이 있던 사이였다. 그래서 더 좋았을 호흡이다.
‘비스티 보이즈’ 때 저는 정말 작은 역할이었다. 마동석 선배님도 역할의 비중은 지금보다 작았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같다. 이제야 배역과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다. 그때도, 지금도 매우 큰 존재다.

‘비스티 보이즈’ 이후에도 가끔 안부를 묻고 지냈다. 저희 소속사 배우들과 작품을 많이 하셔서 오다가다 시사회장에서도 많이 마주쳤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여러 번 만났다.

만약 서로 친하지 않은 채로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면 우정의 로딩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이미 가까운 사이라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친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걸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던질 수 있었다.

미국에서 생활한 ‘마크’이기 때문에 서로의 대화에 미국 특유의 제스춰와 억양이 붙어 있는데, 그런 지점에선 미국 생활을 한 마동석 씨의 도움이 많았을 것 같다.
뉘앙스를 많이 가르쳐주셨다. 직접 연기로 보여주니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촬영 내내 그런 스웨그를 입과 몸에 붙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헤이, 형!” “컴온, 밥” 같은 말을 평소에도 계속 했다.

하지만 정작 마크와 진기가 왜 친해졌는지, 그 전사가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시나리오 상에도 없었다. 다만 마동석 형하고 감독님하고 가상으로 짜놓은 전사는 있다. 진기는 어렸을 때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LA로 유학을 갔을 거다. 거기서 적응 못하고 클럽에 전전하면서 마크를 만났을 거 같다. 진기는 사고뭉치였으니까 다른 손님과 시비라도 붙으면 마크가 보호해줬을 거고, 타국에서 서로 위로하며 애틋하게 미국생활을 함께 했을 거 같다.

진기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
진기의 숙제는 극의 톤을 업시켜야 한다는 거였다. 또한 템포를 불규칙하게 만들고, 재미를 부여해야한다는 부분도 있었다. 마크는 마크만의 정서가 있고, 수진 또한 담당하는 감성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지루하지 않게 직구도 던지고, 커브도 던지고, 슬라이더도 던져야 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신은 진기와 아버지의 감정신이었다. 그 신이 있기 때문에 마크를 속이기도 하고, 돈에 목을 매는 진기가 설득력이 생겼다.

영화 전반에 걸쳐 권율 씨가 수월하게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연기를 잘 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진기의 밝음과 권율의 밝음이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하하. 저도 공감한다. 제가 낯을 가리기는 하지만 친한 사람에겐 굉장히 유쾌한 편이다. 농담도 많이 한다. 주변에서도 진기와 제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진기처럼 제가 허세를 앞세우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는 건 더 어려운 거 같다. 그 간극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 스포츠 관련 작품을 했으니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현장에서 팔씨름 선수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특별 출연하신 스포츠 스타를 만났다는 것도 좋았다. 스포일러 때문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농구선수도 특별 출연을 했는데, 그 분과 한국 농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두 시간 정도 토론을 한 것 같다. 하하. 전 운동 선수들 보면 연예인 본 것처럼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팔씨름 경기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현장에서 직접 팔씨름은 해봤는지?
안 해봤다. 제게 팔씨름이란 중, 고등학교 때 했던 게 전부인 것 같다. 손을 한 번 잡아보기는 했는데, 잡자 마자 뺐다. 그 팔 두께는 운동을 보통으로 해서 나오는 팔이 아니다. 마동석 선배는 연기 때도 전력으로 팔씨름을 했다. 연기로도 할 수 있었겠지만, 상대방이 전문 연기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때 연기로 촬영하면 가짜라는 게 티가 날 수 있었다. 그래서 8~90%는 실제로 전력투구를 하며 촬영했다. 덕분에 병원도 많이 가셨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