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더 킹' 류준열 "제 야욕이요? 목표는 롱런 배우"

2017-02-08
조회수 2118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대세’라는 말로 잘 나가는 배우들을 부르곤 한다. 류준열 또한 그 수식어가 붙는 스타 중에 스타다. 2015년 말 시작됐던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대세 반열에 오른 류준열. 하지만 여타 대세들과 다른 매력을 어필한다는 건 인정하고 갈 일이다. 외모를 넘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오롯하게 유지하고 있다, 작품과 마주하는 자세가 드라마 이전과 이후가 매우 비슷한, 진정한 의미의 대세 배우겠다.

2014년 ‘소셜포비아’로 될 성 부른 떡잎임을 알렸던 류준열은 드라마의 성공 이후 꾸준히 극장가에 얼굴을 비췄다. 물론 드라마 이전에 찍어놓은 작품들이 많았다. 영화 ‘로봇, 소리’(2015)의 이호재 감독은 “류준열을 미리 캐스팅 했던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라며, “드라마가 뜬 이후 편집 과정에서 류준열이 나온 모든 장면을 살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그의 입지는 달라졌다. 그 결과 그는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을 통해 관객과 마주한다. 무려 정우성, 조인성과 함께 주연에 이름을 나란히 했다.

최근 ‘더 킹’에서 최두일을 연기한 류준열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뜨고 나니 변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이 연예계다. 하지만 류준열이라는 배우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응답하라 1988’의 정한이 어렸을 뿐, 그는 벌써 우리 나이 32살의 배우였다. 충분히 무게 있는 행보를 걸을 나이였다. 그럼에도 학생마냥 다소 설레는 모습으로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던 류준열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더 킹'이 현실에 전하는 메시지에 비추어 볼 때, 경력이 적은 배우가 선뜻 선택하기엔 부담 있을 시나리오였다.
픽션은 픽션이다. 영화 자체로만 보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큰 신경은 안 썼다. 시나리오가 참 재미있었다. 훌훌 읽혔다. 제가 정말 글을 늦게 읽는다. 만화책을 빌릴 때 다섯 권을 빌리면 하나 더 빌려주는데 그 여섯 권을 하루 안에 다 못 읽어서 벌금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더 킹’의 시나리오는 정말 잘 읽혔다. 제가 사실 검찰 구조 같은 것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도 형사나 경찰은 많이 다뤘지만 검찰을 다루는 작품은 많이 못 봤다. 그래서 그 구조에 대해 추측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더 킹’의 구조상 검사들이 표면에서 움직인다면 두일은 뒤쪽에서 숨어서 움직이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강렬하다.
평소엔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연기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다. 극중에서 튀지 않고 묻어가는 게 좋은 자세라고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두일이는 튀어 보인다는 거에 두려움은 없었다. 일단 직업 자체는 튄다. 조폭이니까 튀는 게 맞다. 다른 인물들과의 성향도 다르다. 두일은 감정을 표현할 일도 없었다. 외로운 인물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가기만 하면 됐다. 따로 논다라는 지점도 있겠으나 처음부터 그렇게 쓰여진 인물이다.

강한 전라도 사투리도 그 강렬함에 한 몫을 더했다.
제가 어차피 네이티브 스피커는 아니니까, 현지인처럼 사투리를 쓰는 건 불가능 하다. 하지만 감독님이나 선배들이나 “본질은 감정”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사투리 연기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다. 양지의 검사들이 더 조폭 같고, 음지의 조폭이 더 정의로웠다.
저는 두일이가 굉장히 인간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 기준에서다. 선배님들은 감정표현이 굉장히 노골적이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독립군은 잘 못사는데 친일파는 잘 산다”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두일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조용히 있는다. 말수가 적고 자기표현도 없는, 두일이는 자신의 뜻을 숨기는 캐릭터다. 사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진 않는다. 길거리에서 만약 어떤 사람이 크게 웃거나 목 놓아 울면 오히려 미친 사람처럼 본다. 그런 두일이를 인간적이라고 본 것 같다. 저랑 닮은 지점도 있었다.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문신도 강인해 보이는 장치였는데.
상투적인 표현이었다. 건달인 두일이가 마치 검사처럼 보이니까, 거기에 문신을 더해서 외형적인 포인트를 더했다. 딱 그 정도의 의미다. 실제로 아무 의미가 담기지 않은 문신이었다. 리얼리티를 가하고자 했다면 70년대 건달이 그런 멋있는 문신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두일과 태수가 고향 친구라는 설정인데 두 사람의 과거가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 남다른 브로맨스도 보일 수 있었을텐데.
어떤 배우든 전사를 구축한다. 하지만 두일이는 전사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사부터 계속 이어지는 우정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사회에서 10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의 애틋함에서 시작된 것 같다. 제가 수원에서 자랐는데 서울에서 수원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그래서 현재 시점, 펜트하우스에서 태수를 만난 후 ‘죽을 때까지 같이 하자’라는 감정에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죽을 때까지 함께 하자’는 지점에서 자신의 성공이 반, 태수와의 우정이 반 느껴진다. 참 오묘하다.
두일은 야욕이 있는 인물이라고 보긴 힘든 것 같다. 물론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좋게 말하면 꿈이고, 나쁘게 말하면 야욕이 된다. 어린 친구들이 “내 꿈은 대통령”이라고 말할 때 그것을 두고 야욕이라고 하진 않는다. 두일도 같은 맥락이다. 욕망에 경중을 따지기란 어려운 것 같다. 누구에게는 욕망이 몇십 억, 몇천 억일 수도 있다. 또 누구에겐 안정적인 직장이나, 행복한 가정일 수도 있다. 거기에 비추어 보면 두일 역시 자신의 수준과 가치관에 맞게 선택한 길을 충실하게 가려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배우 류준열도 야욕이 있을까?
인터뷰와 무대인사를 잘 마치고 침대로 돌아가는 게 저의 야욕이다. 하하. 저에게 야욕이라는 표현은 잘 안 맞지만, 꿈과 야욕 사이에서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다면 오래 가는 것, 롱런 하고 싶다.

그렇게 롱런 하고 있는 배우, 조인성-정우성 씨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첫 대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제가 배우와 관련이 없던 학창 시절 때 이미 매스컴에서 스타였던 분들이다. 당연히 긴장이 됐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선배들이 풍기는 아우라가 정말 좋았다. 특히 정우성 선배를 봤을 때 그 느낌, 아마 태수가 한강식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을 것 같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잘 생겼다. 무대인사를 갔는데, 관객 중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섞어 잘 생겼다고 칭찬하는 분도 계셨을 정도다.

조인성 씨와는 나이 차이가 있는데 동갑내기를 연기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
맞다. 다섯 살 차이다. ‘응팔’ 때문인지 아직 저를 20대로 보는 분들도 계신다. 하하. 하지만 저 역시 아직도 나이 맞는 역할보다는 어린 역할이 편한 지점이 있다.

배성우 씨와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함께 했다. 그 땐 정말 가열차게 배성우 씨를 때렸는데, 이번에는 반대의 지점에 섰다.
제가 선배님에게 맞게 되는 시점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사실 ‘섬’ 때 실타격은 거의 없었다. 배성우 선배님이 좋은 연기를 해주셨던 거다. 때리는 연기가 참 어렵다. 그때도 세게 때린다고 때렸는데 모니터 보는데 엄청 웃었다. 하나도 세게 안 보이는 거다. 무슨 코미디의 한 장면 같았다. 발로 밟는 신이 있는데 그런건 실제 타격을 했다. 보호대는 하셨지만 정말 약하다. 그 때 선배님이 여유있게 괜찮다고 받아주셔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참 잘 생긴 남자들과 연기를 했다. 하지만 류준열에겐 ‘잘 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칭호가 붙는다.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
하하. 제가 제 매력을 잘 몰라서 어려운 질문 같다. 그저 제가 연기한 인물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애를 쓴 것 같다. 마냥 멋있어 보이려면 어려웠을 거다. 앞으로 나올 멋과는 거리가 있다. ‘리틀 포레스트’ 같은 경우는 시골로 간다. 그 작품을 보시면 잘 생김을 연기한다는 표현은 안 나올 것 같다.

또래 배우들 중 가장 가열차게 필모를 쌓아가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더 킹’ 촬영장에 빗대어서 이야기하면 그때 드라마를 찍고 있는 피곤한 상황인데도 촬영장 가면 정말 즐거웠다. 잠도 안 올 정도였다. 자기 하는 일에 만족 하면 바쁜 건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는 쌓일 거다. 자신만의 해소 방법이 있다면?
여행으로 푼다. 지금도 여행지 후보를 몇 개 선정 해놓고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여행가는 팀을 꾸려보고 싶다. 영화 팀이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시도해 보는 거다. 일도 많이 하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싶다. 예전엔 1년에 한 번 가는 게 목표였다면 요즘엔 기회만 되면 여행 가는 게 목표다.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