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더 킹' 정우성 "어느덧 기성세대가 됐다"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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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무거웠다. 불과 몇 달 전 ‘아수라’를 홍보하던 정우성과는 다소 다른 표정이었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그런 것은 “아니”라 했다. 짧다면 짧은 간극이었지만 정우성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박근혜 나와!”라고 외친 후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달라짐도 있었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는 그의 이번 영화 ‘더 킹’에 대해 보이콧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짐이 많아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특유의 유머 넘치는 웃음이 다소 줄어들었을 뿐, 정우성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진지했고, 무게가 있었다. 기존의 외침이 개인의 호기였다면, 이번엔 정우성이 영화를 통해 사회와 관객, 그리고 기득권에 전하는 진정 어린 마음이다. 그는 배우이니까,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게 바로 배우 정우성의 정공법이다. 그 영화가 바로 ‘더 킹’이다.

‘더 킹’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검찰의 핵심 ‘한강식’을 연기한 정우성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도 잘생겼기에 연기의 좋고 나쁨, 행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얼굴이 더 빛났던 정우성. 하지만 이날 만큼은 그의 소신과 생각이 더욱 빛나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기성세대가 됐기에, 옳은 기성세대를 고민했다"는 잘 생긴 이 남자, 그 생각마저 멋졌다.

자신의 작품 ‘더 킹’을 본 소감은?
‘더 킹’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그 메시지를 관객들이 무겁지 않게 받아주고 있는 것 같다. 감독의 의도와 배우들의 노력들이 잘 전달된 지점이라 그게 제일 기쁘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다룬 영화다. 선택에 있어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제가 겁이 없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용기 있는 작품’이었다. 모든 영화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영화라는 것의 한편엔 시대 정서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불합리함에 대한 문제제기도 영화가 할 수 있는 거다. 정치 검사라는 이슈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불안함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기득권 조직에 대해 합리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더 좋았다.

현 시국이 ‘더 킹’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대변하는 듯 하다.
타이밍은 시대가 주는 거다. 그래서 '이 타이밍은 뭘까' 싶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선택이었구나’라는 자부심도 있다. 사실 제가 어느 순간 선배가 됐다. 현장에 가면 제일 선배 대접을 받는다. 내 나이를 보면 40대 중반이니, 직업적으로도 사람으로도 기성세대에 접어들고 있다. 배우 선배로서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직업적으로는 배우로서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이번 영화로 불합리한 것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바람직한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더 킹’의 화자는 조인성의 태수다. 한강식은 태수가 바라보는 절대 권력이자 사회악이다.
한강식에 대해서는 한재림 감독님도 제 해석을 믿고 존중해줬다. 감독의 바람은 글에 다 투영돼 있었다. 그글을 읽었을 때 전 한강식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럴싸한 외피를 입고, 그 힘 있는 자리에서 가져서는 안 되는 사심으로 움직이는 한강식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아마도 우리는 그런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무너뜨리는 과정을 해학과 풍자가 담긴 마당놀이처럼 그려내고 싶었다. 관객들이 피식피식 하고 비웃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태수는 한강식을 꿈꾼다.
처음 만나는 신이 펜트하우스에서의 파티였다. 그 공간은 자아도취에 빠지는 공간이다. 세상의 정점에서 사회를 내려다보며 자기들만의 파티를 펼친다. 그건 거의 환각에 가깝다. 그들의 권력에 취해버린 것이다.

그곳에서 한강식의 일장연설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과거사와 현실에 대한 일침의 역설이다.
제겐 가장 인상적인 신이다. 한강식이 하는 말은 굉장히 모순된 이야기다. 들어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가 이러니까 검사로써 정의로워야 한다 라고 해야 하는데 그 반대다. 오히려 “기득권 옆에서 부역자가 되야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심을 저버린 사심, 그게 바로 모순이다. 전 그 신 때문에 ‘이 xx 무너뜨려야지’라고 생각했다. 그 신을 보는 관객들도 쓰라림을 느꼈으면 좋겠다.

씁쓸하지만 현실을 담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이 참 못 됐다.
전 워낙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혼자 세상 밖에 튀어나와서 내 것이 무엇인지 찾고, 얻고, 만들어 가야 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다. 모두가 같이 교감하고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교감이고 관계다.

모두가 행복하기 보다는 모두가 불행한 하루를 겪고 있는 것 같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과의 교감을 하려고 노력하는지, 국민과 어떤 교감을 하려고 노력하는지를 생각하고 있다. 문제점은 많은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안 한다. 일례로 역사나 바꾸려고 한다. 승리자의 역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에 전혀 관심이 없다.

사실 국민과 기득권의 싸움은 굉장히 불평등한 싸움이다. 우리는 먹고 사는데 바쁘다.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 생계를 무기로 국민을 쥐어 짜고 있다. 나라가 이렇게 성장했다. 그들이 아닌 국민 각자가 그 능력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기득권들은 자신의 권력을 세습하기에 급급하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이야기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불합리함에 대한 이야기고, 미래 세대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 돼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 헌법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는데, 지금은 헌법이 국민들에게 거짓말 하는 모양새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건, 우리나라가 워낙 배우들의 정치적 발언에 예민하다. 심지어 블랙리스트도 있었고.
배우로서의 사회적 발언은 무겁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배우가 어떤 작품을 통해서 배우 본연의 모습을 보였을 때, 그것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스타가 되면서 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무뎌진 것 같다.

사실 일부러 조심했다. ‘비트’를 찍고 나서부터 연예인으로서, 배우로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날 보고 담배를 피우고, 나를 보고 오토바이를 훔쳤다. 그래서 제가 건달 영화를 기피했다. 배우로서 파급력에 대한 책임의식은 가지고 있었다. 사회에 대한 불합리한 이야기는 작품으로 해왔어야 했다. 하지만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제 시선이 분산 됐다. 지금은 내 안에 ‘대중과 소통하는 시대 정서에서 왜 이리 멀어졌지’라는 자각이 있다.

그런 자각 속에 ‘더 킹’에 이어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필모에 계속 쌓여갈까?
다양한 선택이 이뤄질 것 같다. 하지만 문제제기가 없는 사회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일종의 확신이다. 제가 “누구 나와” 그랬을 때 “위험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저를 지켜주는 건 저를 바라보는 대중인 것 같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욱 자신 있고 힘 있게 나갈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자각이 담긴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떨까? 연출도 꾸준히 준비해 온 과정 아닌가?
영화 연출에 대해서는 구체화 하고 있는 단계다. 그 꿈은 제가 오랫동안 이야기 해왔다. 단지 필요에 의해 그 시기를 늦췄다. 배우로서의 시간을 소진하는 기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만회하는 차원에서 배우 본분을 지키느라 늦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아이템은 여러 개 있다. 지금 내 나이에서 입봉을 하는데 있어 어떤 아이템이 가장 바람직할 지의 선택을 하고 있다.

코미디도 좋을 거 같다. 정우성에게 유머 욕심이 있다는 건 이젠 많은 이가 알고 있는 기정 사실이다.
제 독특한 유머감각을 지고지순하게 가지고 밀어붙인 결과 이제야 인정을 받는 것 같다. 전 흥이 좋고 웃음이 좋다. 그걸 나누고 싶은 거다. 그래서 영화를 하는 거다.

결혼에 대한 꿈도 이젠 꿔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참 부러웠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니 부럽지는 않다. 하하. 사실 온전히 연애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저는 배우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 시선이 익숙하지만 제 상대가 공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저 적당히 제 운명 속 적당한 타이밍에 인연이 다가올 거라 생각한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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