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더 킹' 조인성 ① "무지했던 나, 민주주의 배워가는 중"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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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조인성은 참 잘생긴 배우다. 훤칠한 키에 하얀 얼굴, 슬림한 몸매까지. 어쩌면 가장 어울리기 힘든 군대 제복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하며 화제가 됐던 인물이 바로 조인성이다.

그렇다고 얼굴만 믿고 활동하는 배우도 아니었다. 1998년 모델로 데뷔한 후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정말 꾸준히 필모를 쌓아갔다. ‘피아노’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등 드라마로 차곡차곡 연기력을 늘려갔다. 함께 호흡 맞춘 배우들도 전도연, 고현정, 하지원, 김하늘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 대중들이 조인성이라는 이름에 신뢰를 갖게 되는 과정이었다.

스크린에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마들렌’과 ‘클래식’으로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더니, ‘비열한 거리’로 각종 영화상 남우주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상을 수상했다. ‘쌍화점’에서는 주진모, 송지효와의 파격 멜로로 화제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제대 이후 스크린에서 그를 찾기 힘들었다. 영화 ‘권법’의 캐스팅 소식은 전역 전부터 들려왔지만 영화의 진도가 느려지고, 결국 방향을 잃으면서 유야무야 됐다. 결국 브라운관 복귀를 먼저 선언했던 조인성. 그리고 2017년 그가 드디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바로 ‘더 킹’의 귀환이다.

조인성은 ‘더 킹’에서 검사 박태수를 연기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하는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의 왼쪽에 서서, 이 사회 권력층의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한 인물의 10대부터 40대까지를 연기했고, 극의 내레이션도 담당했다. 덕분에 조인성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기분. 9년이라는 스크린 공백기 동안 쌓여왔던 갈증을 해갈하기엔 충분한 분량이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인성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영화 ‘더 킹’의 주연, 말 그대로 ‘킹’으로 돌아온 조인성과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무려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참 영화 팬들에겐 야속할 시간이었다.
나름 순리대로 간다고 했는데, 영화계 입장에선 그렇게 됐다. 사실 제대 이후 영화부터 준비했던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다. 말년 휴가 나와서 ‘권법’에 출연하기로 결정했기에 그 어떤 작품들 보다 먼저 영화를 할 줄 알았다. 여러 상황 속에 노희경 작가님 작품이 먼저 들어왔고, 그 작품을 끝내고는 또 노 작가님 작품을 하게 됐다. 그리고는 ‘더 킹’이다. 일부러 영화를 멀리한 건 아니다.

여하튼 9년 만의 복귀인만큼 작품 선택에 신중했을 것 같은데
모든 작품은 신중하게 고른다. 전 드라마는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소재가 있고, 영화는 영화만의 소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킹’은 영화에 맞는 소재였다. 분명 용감한 부분이 있다. ‘이 소재를 드라마에서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한 인물의 삶을 투영해서 보는 이 세상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본 소감이나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아마 오늘 VIP 시사에서나 제대로 볼 것 같다. 처음 봤을 땐 내 연기를 체크하느라 제대로 못 봤다. 당황스럽다 해야할까? 오늘에야 객관적으로 보일 것 같다. 제 연기는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지나간 것 같다.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이번 영화가 그랬다. 정말 여러 방법들을 많이 시도해봤다. 격정적으로도 해보고 드라이하게도 해봤다. 톤앤매너를 조절하는데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감정과 감정이 만나면 과잉이 생길 수 밖에 없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태수가 주인공이자 화자다. 분량도 많았고 10대부터 40대까지 연기해야 했다.
시대의 흐름은 보통 자막이나 사건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시대의 상징으로 그 변화를 표현했다. 30년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나이 별로 연기톤을 바꾸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톤을 잡는 게 첫 번째였다. 영화의 메시지가 강력하다. 그 전달을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렇게 톤을 조절했는데, 영화 속 풍자나 위트가 현 시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무겁게 느껴지는 지점도 생겼다.
맞다. 촬영 당시엔 이런 국정농단까지 일어나진 않았다. 재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합리적인 의심, 혹은 팩트로 드러나 버렸다.

태수는 결국 관찰자다. 부패의 중심에서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세상을 바라본다.
사실 태수는 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에 들어가게 되면서 당황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내가 검사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할까?’라는 당혹의 시선, 신기해하는 시선이다. 그것들을 관찰자 입장에서 표현을 하려고 했다. 영화에서 검찰이 가장 무서운 존재여야 한다는 신이 있는데 정말 저도 섬뜩했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는 걸 난 영화를 찍기 전엔 몰랐다.

10대 연기와 40대 연기, 어떤 시절이 더 편하던가?
오히려 어린 시절이 쉬웠다. 지금의 전 그때의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다. ‘그땐 그랬지’ 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 미래의 모습을 보려면 몇 년 뒤에 가능하다. 아마 그때 쯤이면 젊을 때의 호기를 인정하고 지혜로워졌을 것 같다.

10대 때가 쉽다기 보단 당시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어서 편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의 연기는 지금 아니면 못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만화적으로, 약간의 과장과 판타지를 담아 표현 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만약 고등학생 연기를 현실적으로 해야했다면 불가능 했을 거다.

류준열과 나이차이가 있는데 동갑내기로 나왔다.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했다. 사실 준열이랑 다섯 살 차이다. 오히려 준열이에게 미안한 지점이 있었다. 내가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친구처럼 안 보이면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준열이 또한 나름 저보다 더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에 결정적인 댄스신이 두 번이나 포함됐다.
제가 대본을 봤을 때 분명 춤춘다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소리냐”고 감독님께 따져 물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땐 ‘음악이 흘러 나온다’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저는 성우 형이랑 같이 춤을 배웠고, 우성이 형은 해외에 있어서 따로 배웠다. 모여서 리허설을 해봤는데 은근히 잘 맞았다. 그 신은 ‘영광의 시대’를 그리는 장면 같다. 그래서 제 영광의 시절도 떠올랐다. ‘발리에서 생긴 일’로 사랑을 받고, ‘비열한 거리’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했던 시절들이 스쳐갔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탈의하는 신도 있었다.
에피소드를 하나 전하자면 너무 힘든 신이었다. 정말 추웠다. 촬영한 곳이 부산 기장이었는데 바로 앞이 바다라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조명기가 바람에 휘청거릴 정도였다. 동시 녹음이 안 돼서 불안할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느낀 게 ‘내 연기는 다 가짜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추운데 안 추운 척 하고 있네? 내 연기는 모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와 추워!” 하는 게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재기발랄한 신은 맞다. 시나리오를 볼 때 “어?”하고 놀랐을 정도다.

결말이 어느 정도 열려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건 비현실적인 것 같다. 권선징악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성을 이야기하니 물어보자면 분명 영화를 보다 보면 현 시국의 실존 인물들이 떠오르긴 한다.
현 시국의 그분들이 영화 속 검찰들의 상징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병우 민정수석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까지를 이야기하시는데, 팩트만 이야기하자면 합리적인 의구심은 있지만, 아직 밝혀지진 않았으니 뭐라 언급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도 “99%의 검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사람들의 부패가 조직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김경진 의원도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 검찰이 욕을 먹는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더 킹’이 몇 년만 일찍 나왔다면 분명 블랙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적었을 거다.
아마 그랬을 거다. 우성이 형과 감독님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다는 것도 기자들이 말해줘서 알았다. 그런 문서가 존재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이 영화가 끝나면… 저 괜찮겠죠? 제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니까. 저 없어지면 언론에서 찾아주길 바란다.

‘더 킹’과 마주하기 전과 마주한 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더 킹’과 더불어 지금 현 시국이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저처럼 무지했던 사람이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인 거다. 정치를 외면했던 국민들도 관심을 쏟는 시점이다. 영화와 현재를 바라보며 내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외면해서 이런 결과를 낳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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