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Z인터뷰] ‘데스노트’ 한지상 ① “디렉션 없던 엔딩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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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여지윤 기자] ‘뮤지컬계의 아이돌’, ‘믿고 보는 배우’ 등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수식어지만,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무대에 십여 년째 오르고 있는 뮤지컬 배우 한지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한지상은 ‘머더 발라드’, ‘보니앤클라이드’, ‘고래고래’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있는 힘껏 뽐냈다. 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 역을 맡아 한지상이라는 존재를 여과 없이 드러냈으며, ‘프랑켄슈타인’의 앙리로 뮤지컬계의 톱배우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독특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뮤지컬 '데스노트'에 도전했다. 새로운 캐스트로 투입된 한지상은 극 중 데스노트로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 역을 맡았다. 순수한 고등학생과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첫 공연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젠 뮤지컬 '전문' 배우라는 칭호보다는 ‘배우’라는 말이 더욱 잘 어울리는 한지상을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패션 화보 촬영으로 만났다.

패션 화보를 찍게 됐다. 촬영은 어땠나.
무척이나 재미있었어요. 세 콘셉트 다 재미있었는데, 그중에서 전 굳이 꼽자면 두 번째 콘셉트가 맘에 들어요. 최근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를 연기하고 있는데, 두 번째 콘셉트가 현재 라이토의 상태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데스노트’ 캐스팅이 공개되면서부터 큰 화제가 됐다.
아무래도 초연 때와 다른 캐스트들이 참여하게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초연 성적이 좋기도 했고, 라인업 자체도 무척이나 화려했으니까요.

재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사실 ‘데스노트’ 제작발표회때도, 사적으로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데 받을 때마다 의외로 괜찮았어요. 물론 부담감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때마다 전 ‘그러면 뭐 어쩌겠어’라고 자문했었어요. 어쨌든 저만의 답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해답은 무척이나 단순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써 효율적인 사고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워낙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연극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무대에 오르기 전 다양한 생각을 했었어요. ‘’데스노트‘ 라이토를 연기하기 위해선 연기적으로 풀어야할 여지가 많겠다’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어려워 보였지만, 그래도 작품에 마음이 현혹됐던 것 같아요.

라이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겠다.
그럼요. 라이토는 선이 굵은 캐릭터니까요. 라이토를 하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상하게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제 뮤지컬 배우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작품이 ‘데스노트’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다음 작품에선 더욱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지만요.(웃음)

초연과 다르게 연습한 포인트가 있나.
차이점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공연 전 연출부가 저에게 말해준 키워드가 있었어요. ‘라이토는 그저 순수한, 평범한, 공부 잘하는 모범생에 불과하다. 라이토가 특별해서 선택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사신이 데스노트를 떨어뜨린 것이다’라는 것이었어요. 정말 연습 전부터 연출 쪽에서 입이 닳을 정도로 강조했던 부분이에요.

그 키워드를 듣고 달라진 점이 있나.
연출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생각하고 있는 라이토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사신과 함께 데스노트로 사람을 죽이면서 사실 라이토가 날이 설 수밖에 없거든요. 들킬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기선 아직 아니다’라고 혼자 다독였어요. 폭발할 부분은 따로 있으니까요.

‘한지상 라이토’는 어떤 부분에서 폭발했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폭발을 해요.(웃음) 1부 초반엔 평범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을 주로 연기했다면, 1부 중간부터는 악령이 든 느낌을 표현했어요. 2부에선 아예 악에 잠식돼 있다. 그래서 그땐 온갖 악질 행동을 해요. 고등학생의 순수함에서 거리가 먼, 아예 반대 방향을 선택하게 돼요.

이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 분장팀도 많이 괴롭혔어요. 라이토 캐릭터를 봤을 때 악으로 전이되는 5단계를 잡았거든요. 이에 맞춰서 분장 수정이 미미하게 들어갔어요. 점차 외관상으로 다크해보일 수 있도록 했어요. 분장과 연기가 합쳐지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정말 좋거든요.

엘과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폭발한 것 같았다.
모든 장면에 있어 여러 가지 답이 존재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한 라이토는 죽음이 눈앞에 있을 때 분명히 순수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사실 바닥을 붙잡고 버티는 행동은 디렉션엔 없었어요. 그냥 그땐 라이토가 그럴 것 같았어요. 죽음을 눈 앞에 둔 순간엔 포스도, 목표 의식도, 포부도 없을 테니까요.

아무 장치도 없는 바닥을 붙잡고 노래를 부를 때 정말 숨을 쉬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웃음) 물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다른 답이 있을 수 있어요. 매 장면마다 정답은 다르니까요.

제가 그런 행동을 생각하게 된 건 류크의 대사 덕분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류크가 라이토에게 ‘그렇게 있는 척 하더니 죽을 땐 인간 같네’라고 해요.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아, 라이토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행동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만큼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워낙 선이 굵은 라이토 캐릭터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나.
체력적으로는 맨 마지막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바닥을 붙잡으면서 거의 누운 상태에서 노래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라이토로서 힘든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정말 순수한 고등학생이잖아요. 데스노트를 쥐고 나서 첫 번째 갈등을 겪게 되죠. ‘이걸 정말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갈등을 넘기게 돼요.

두 번째는 동생 사유가 라이토에게 키라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때였어요. 자신을 언제나 존경하던 동생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땐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갈등을 겪죠. 이때 엘과 마주치게 되는데, 엘과 맞부딪치는 승부욕 때문에 동생을 잊어버려요. 그리고 라이토는 점차 악에 잠식돼 가고요.

정말 현혹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 같아요.
제가 처음 ‘데스노트’를 결정했을 때도 작품에 현혹됐었어요. 사실 이 작품의 경우 엄청난 허무주의가 깔려 있어요. ‘어떤 인간이라도 현혹될 수 있다’는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잔뜩 담았죠. 라이토가 잘나서 키라에게 선택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 데스노트를 주웠고, 이를 통해 점차 데스노트에 현혹되면서 살인을 저지르잖아요. 이런 부분들이 ‘데스노트’와 현혹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엘 역을 맡은 김준수와 호흡은 어땠나.
사실 작품을 들어가기 전 저에겐 다른 부분보다도 어떤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했어요. 첫 연습 때 김준수를 봤죠. 연습하기 위해 앉아 있었는데, 김준수가 갑자기 귓속말로 여러 가지 정보를 속삭여주더라고요. 그게 너무 순수해보이고 고마웠어요. 주섬주섬 이야기를 꺼내는 이야기꾼 같았어요. 물론 이론적으로나 친화적으로나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강홍석과 박혜나는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이번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사실 팀 내 분위기에 따라 무대의 완성도가 갈리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 다른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함께 힘을 합쳐서 좋은 공연을 만들었으니까요.

데스노트 넘버 중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라이토와 엘이 부른 ‘다 끝났다’와 ‘죽음의 게임’, 그리고 사신 렘이 부른 ‘어리석은 사랑’을 추천하고 싶어요. ‘죽음의 게임’ 땐 라이토와 엘의 신경전이 가장 잘 보였던 장면이었어요. 뭔가 둘의 불꽃 튀는 승부욕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또 ‘어리석은 사랑’은 그냥 렘 역을 맡은 박혜나가 노래를 정말 잘 불러요. 사실 제가 박혜나 배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웃음)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아직 공연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그냥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장에서) 한 번 같이 만나요. 일단은 꼭 오시길 부탁드려요.

▶ 2편에 이어


기획 진행: 여지윤 기자 girl@, 소경화 기자 real_1216@
포토: 김다운 포토그래퍼
영상촬영: 유상우 기자 swmilk@
영상편집: 박수진 기자 parksj@
의상: 브룩스브라더스, 마하그리드, 행텐, 트루릴리전, 트루젠
슈즈: 클립, 사토리산
시계: 마블 시계, 트리바
가방: 브릭스
머플러: 브룩스브라더스
헤어 : 헤리페리 태희 실장
메이크업 : 헤리페리 오혜민 실장
사진=제니스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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